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글과 삶의 괴리

안동꿈 2011. 3. 15. 07:30

아침에 모닝커피 한 잔의 대가로 받은 '좋은생각' 3월호. 

어느 문화 평론가가 쓴 '글은 무엇으로 쓰는가'라는 글을 보았다.

 

오늘도 글을 쓴다. 글 밥, 책 밥을 먹은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글로 쓴 것만큼 온전한 삶을 살아낼 수 없음에서 오는 간극, 그것이야말로 진정 삶의 괴리다. ...

 

나같은 초보는 멋도 모르고 별 가치도 없는 글을 쌓아가지만, 전문가들은 글쓰기가 '언제나 피하고 싶은 일'이구나 생각해 본다. 또한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삶과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조그마한 블로그를 운영해도 삶과 글 사이의 간극을 늘 느낀다.

나를 전혀 모른 채 나의 블로그를 통해서만 나를 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끔 그런 분들에게 남아있는 내가 실제의 나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적이다. 극심한 갈등 상황에서는 글을 쓸 수 없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먹고 자고 입는 것 등등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귀찮고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은 마음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나 시작할 엄두를 내보는 참으로 사치스런 작업같다.

우리는 심한 갈등과 마음의 풍파를 지나 누군가의 조언이든지, 책을 통한 삶의 지혜자들의 도움으로든지 마음의 평정과 삶의 실마리를 찾고나서야 자신을 돌아보며 글을 쓰게 된다. 

 

극심한 번민을 지나 평온한 상태에서 씌어진 글, 자신의 경박함과 실수들을 돌아보며 반성과 좋은 결심을 한 사람의 글로는 진정한 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우리는 날마다 글 속에 등장하는 정제된 자신의 모습과 치열한 삶 속에서 불쑥불쑥 뛰쳐나오는 다듬어지지 못하고 절제되지 못한 또다른 자신이 날마다 다투는 것을 목도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