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에 부산에서는 엄청난 눈이 내렸다. 그보다 더 특별한 일이 같은 날 내게 있었다. 부산에 20여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웨스틴 조선비치에서 남편과 하룻밤 묵는 행운을 누렸다.
그 사연은 제목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동이 있는 사연이 있었다. 부산극동방송에서 개척교회 목사부부 백쌍을 초청한 '행복한 목회, 행복한 부부 컨퍼런스'라는 제목의 1박1일 일정의 행사였다. 좋은 식사와 공연, 안락하고 전망 좋은 객실 등 아주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그리고 4천여 만원의 모든 행사 경비를 한 분의 여성도가 전적으로 제공하였다고 한다. 너무나 고맙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혜택을 받아 누려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치않아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우리는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 분을 위해 하나님의 축복을 빌었다.
스타킹에 출연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양의 공연은 연주 사이에 신앙간증과 함께한 너무나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모든 연주자들이 연주에 혼신을 기울이겠지만 박지혜양이 바이올린 연주하는 모습은 연주자 본인은 물론 우리의 모든 혼을 빼앗아 가는 연주였다. 그가 연주하는 모든 곡들이 감동이고 경이로움이었다. 또한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이 독일 정부로 부터 무상지원 받은 세계 3대 명기중 하나인 과르네리라는 이야기는 그의 연주를 한결 돋보이게 한 것 같았다.
초청된 분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개방송 프로그램에서 나는 참 눈물이 많이 났다. 그 중에서 목사님이 아내에게 보내는 '부치지 못한 편지' 코너에서 나는 아예 대놓고 눈물을 쏟았었다. 세 분의 목사님이 그 코너에 참여했는데 다들 고생을 많이 하시는 모습에 나는 새삼 나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남편과 내가 이렇게 함께 외박 나온건 처음이라 아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어릴 때 이삼일씩 엄마가 집을 비울때면 동생 둘을 데리고 밤을 지나는 것이 내겐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집 뒤에서는 부엉이가 울고 멀리서는 여우소리가 났었는데, 그땐 내가 첫째라서 그 모든 일에 동생들을 내가 돌보아야하고, 어떤 일에도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무척 컸었다. 그래서 내가 첫째만 아니면 언니한테 맡기고 마음 편히 잠잘 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번에 그 아련한 추억을 아이들에게 기대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엄마에게서 해방된 즐거움만 잔뜩 누린 것 같아 내가 되려 아쉬웠다.
결혼후 아이들이 태어난 후론 남편과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행사 주최측의 의도와 같이 우리는 편안한 시간을 보냈고 많은 격려와 은혜를 받는 시간이 되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극동방송과 그 분께도 참 감사를 드린다.
해운대의 웨스틴 조선비치 호텔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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