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적에 부모님께서 외출하실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 5일장이나, 친척집 잔치에 다녀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외출하셨다가 오실 때는 늘 손에 우리들에게 줄 것들이 들려있었다. 그걸 받는 즐거움이 얼마나 컸는지는 다들 경험해 보아서 알 것이다.
그 습관이 남아서인지 요즘도 남편이 어디 다녀왔을 때는 가방을 뒤지는 편이다. 빨래거리가 급해서 남편보다 가방부터 챙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릴 적 그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어른들에게서 뭔가를 기대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필요한 걸 오래 기다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올 때 가족들이 기대하는 건 필요한 것 보다 생각지 못한 것을 받는 즐거움 아닐까.
요즘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는 의례적으로 선물을 챙기는데, 국내를 다녀올 때는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며칠 동안이나마 떨어졌던 가족을 만나러 갈 때 그 반가움을 선물과 함께 한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우리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얼른 집에 돌아가서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선물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남편도 어딜 다녀올 때 가방에 빨래거리만 잔뜩 들어있고, 선물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것은 없다. 늘 실망하면서도, 꼬박꼬박 가방을 뒤지게 된다. 어쩌다가 못 보던 볼펜이나 기념품만 들어 있어도 반가운데... 가끔 실망하는 아이들 보며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직장에서 1박2일로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빡빡한 일정으로 아이들 선물은 생각도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내가 늘 실망하던 일을 나도 할 뻔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근처 마트에 들어갔다. 늘 눈에 뜨이는
평범한 물건들 뿐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워할 것이 무엇일까를 한참을 고민하면서 둘러보았다. 그리곤 조금은 생소한 초콜렛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반기는 아이들에게 ‘옛다.’하며 주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여행 다녀와서 주는 선물은 잠시 떨어졌던 가족을 만난 반가움이 더해져 그 즐거움은 배가 되는 것 같다.
여행 다녀와서 받는 선물은 기념일에 잔뜩 기대하며 기다리는 선물과는 좀 다른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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