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열무, 쑥갓, 상추 씨를 사다가 옥상 텃밭에 뿌려 놓았다.
가끔 내리는 봄비만으로 앞다투어 자라나 더 이상 몸을 불릴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드문드문 솎아 바가지에 담아왔다. 여린 채소 잎들이 보기만 해도 상큼했다. '뭘 먹을까' 고민 되는 날, 텃밭에 서면 무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텃밭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저장고다.
어릴 적 엄마가 들에서 일하다 늦은 저녁을 챙기기 위해 서둘러 돌아올 때 깻잎, 호박잎, 상추, 고추 등을 치마 앞섶에 주섬주섬 따 와서 차려주는 그 맛나는 저녁 생각, 엄마 생각이 문득 날까...
토요일 저녁에 담아 놓은 열무김치가 있으니 된장찌개만 자작하게 끓이면 맛있는 열무비빔밥이 될 것 같았다. 네 식구 한끼 식사로는 거뜬하겠다 싶었다.
요즘 주일 저녁식사는 식탁에서 하지 않고 밥상을 차려서 텔레비젼 앞으로 간다.
온 식구가 감동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된장찌개를 급히 끓이고, 여린 채소들은 비벼먹기에 적당하게 잘랐다. 푸짐한 채소에 아이나 어른이나 밥보다 풀이 더 많은 비빔밥을 한 잎가득 베어 물고 임재범에게서 만큼이나 비빔밥에 감동하며 저녁을 먹는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엄마가 해준 이 밥상을 얼마나 기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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