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 조심해 가세요.'
주일 예배를 마치고 부모님께 드릴 물건이 있어서 좀 떨어진 곳에 주차되어 있는 아버님 차에까지 넣어드리는데, 운전대에 달려 흔들거리는 야자수 사진이 박힌 열쇠고리가 눈에 들어온다.
약 15년전 결혼 4년차, 첫 애는 세 살, 둘째는 임신 6개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스마트한 신규들 틈에 끼어 영어교육을 받는다고 허덕일 때이다. 6주간의 교육 일정중 마지막 한 주는 환상의 섬 하와이에서 현지체험이 있었다. 나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지만 셀레임보다는 어린 딸을 떼어두고 가는 울적한 마음이 많았다.
그땐 해외여행 간다고 하면 물 건너온 선물에 관심을 가질 때였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과에 서른 명쯤 되는 직원들에게 주기 위해 가격도 저렴한 열쇠고리를 넉넉하게 샀고, 가족들을 위해 나름대로 고심하여 각각의 선물을 마련했다. 가족들 두고 나만 좋은 구경 간 미안한 마음에 숙박시설도 음식도 최소한 아껴서 개인적으로 준비해 간 돈은 거의 안쓰고 온 기억이 난다.
시부모님께 드릴 선물은 가장 신경써서 면세점에서 마련했는데, 직장 동료들에게 주기위해 마련한 열쇠고리가 남아서 아버님께 하나 챙겨드렸다. 그 당시 아버님이 차를 운전하신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였고 갖고 다니시던 열쇠고리를 제가 드린 열쇠고리로 당장 교체하시고, 그후 차를 한번 더 바꾸셨는데 그때도 그 열쇠고리에 새 차키를 장착하시고 지금까지 달고 다니신다. 처음 열쇠고리를 받으셨을 때 '며느리가 직장에서 하와이 보내줘서 사온 선물' 이라고 자랑했노라고 말씀 하기도 하셨다. 면세점에서 비싸게 주고산 옷이랑 마후라 등은 도통 관심을 갖지 않으시고, 15년이 넘도록 차를 한번 갈아치우는 긴 세월을 아버님의 사랑을 받아오는 열쇠고리를 볼때마다 이 며느리의 마음을 감동케 한다는 사실을 아버님은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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