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후배 어머니가 끓여준 동지팥죽

안동꿈 2011. 12. 22. 18:10

절기마다 그 음식을 챙겨먹는 일은 그저 음식을 먹는 것 이상임을 나이가 들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그것은 추억과 어머니의 따스함과 인생의 여유로움을 함께 먹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절기 음식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평소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생각만 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어릴때 우리 어머니들이 절기마다 음식을 챙긴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우선 어른을 모시고 사니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예의 차원에서, 그리고 평소 먹거리들이 다양하지 않으니 그날이라도 가족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해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과 지금 보다 강했던 종교심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12월이 되면 팥죽 생각이 많이 난다. 팥죽이야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지만, 동짓날 온 집안에 구수한 팥죽냄새를 풍기고 싶은 소망이랄까. 그러나 때맞춰 팥죽을 끓인 기억이 없다. 정성껏 만들어 대접했을때 칭찬해주실 어른이 없음이며, '엄마, 팥죽 언제 다 돼?' 하면서 졸졸 따라다닐 아이들의 즐거운 재촉이 없음이며 동지 팥죽 끓여 먹어야 액운이 달아날 것 같은 순진한 마음이 사라져서...

 

며칠동안 시장을 지날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새알심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는데 사다놓고 내가 과연 끓일지 장담을 할 수 없어 지나치곤 했다.

오늘 아침 여느때와 같이 서둘러 아침을 준비하여 먹은후 일찌감치 출근을 하였더니, 메신저로 후배가 

"언니, 팥죽 먹었어요?" 한다.

"아니"

"엄마가 팥죽을 한 통 담아 주셨어요. 지금 갖다 드릴께요."

"아이구 머니나. 고마워라."

 

 

이리하여 정말 기쁘게도 2011년 동짓날 나는 팥죽을 먹게 되었다.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팥죽맛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동지팥죽 담아주신 통에다 좋은 것 담아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