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일 것이다.
나의 출근시간도 마찬가지다.
나는 직장과의 거리가 꽤 멀고, 가장 복잡한 중앙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에 각각 1시간씩 걸린다. 그런데 요즘은 고 3인 큰 딸이 등교할 때 함께 나가면서 아직 붐비기 전에 출근을 하기때문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매일 정규 근무시간 보다 1시간이나 일찍 출근을 하게 된 후부터 주위에서 얘기하던 유연근무제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다. 유연근무제는 한 시간 혹은 두시간 일찍 출근하고 그 시간 만큼 일찍 퇴근하거나 또한 늦게 출근하여 늦게 퇴근하는 식으로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아침식사는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이면 가능한데 저녁식사는 웬만큼 서둘러도 가족들의 식사준비가 소홀해지거나 가족들이 간단히 저녁을 때운 후에 들어가게 되어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용기를 내어 직장에 유연근무제를 신청하였다.
워낙에 보수적인 조직인지라 유연근무제 신청은, 신청할 당시는 물론 매일 퇴근할때마다 눈치가 보이는게 사실이다. 정상적인 퇴근시간에도 상사가 퇴근한 후 퇴근하거나 상사 눈치보면서 퇴근하는게 아직도 남아있는 관행이니, 아무리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고 해도 남들 다 앉아서 열심히 일하는 중에 가방을 들고 나가는 일이 왜 아무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마리의 토끼도 놓칠 수 없는 워킹맘의 삶에, 어느 쪽이든 상처나 흠집은 남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며 용기를 내었다. 주위의 여자 동료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용기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 낮이 더 길어져 해가 아직 하늘에 있을때 집에 오면 마음이 사뭇 다르다. 그러나 마냥 여유있지만은 않은 것은 1시간의 여유로 날마다 더 좋은 저녁을 내 놓아야한 하지 않겠느냐는 나 스스로의 강박 때문이다. 직장에 눈치까지 보고 획득한 이 1시간을 평소와 다름없이 보내 버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직장에서의 일처리도 부담은 있다. 출퇴근을 꼬박꼬박 지키면서 일처리를 제대로 하는지 용의주시하고 있는 상사의 눈총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나의 이 선택이 나 자신에게 감점된 부분보다 나의 가족들에게 더 큰 유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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