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폰을 통해 애니팡으로 초대하는 카톡이 들어왔다. 같이 근무했던 적이 있는 직원으로 밤늦게 카톡을 보낼 정도로 가까운 직원은 아니었다. 그 카톡을 받고 떠오른 것은 '이 밤늦은 시간에 게임에 몰두해있다니 그 사람 참 실없군.'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무시해 버렸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사무실에서나 주위에서 내가 느끼게 된 분위기는 애니팡을 하찮은 게임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애니팡을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같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것 같은...
그래서 나도 애니팡에 로그인을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잠시라도 여유 시간이 주어지면 애니팡을 연결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컴퓨터가 있는곳이라야 하는데, 이건 뭐 손에 늘 들려있으니 주저할 시간도 자유도 없다.
아마 누구든지 애니팡을 연결할 때의 마음은 '잠깐만 할 건데뭐 시간 별로 안들거야.' 일 것이다.
애니팡은 친구를 게임에 초대하면 자신에게 하트가 하나씩 생긴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꾸 들쑤셔 게임을 하게 만든다. 참으로 '게임 권하는 사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하트가 필요하면 친구에게 열심히 하트를 던져줘야 한다. 그러니 시도때도 없이 하트를 날리는 것이다. 온통 휴대폰이 애니팡 하트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돈도 안드는 하트인데도 그걸 받으면 기분이 좋더라는 것이다. 가끔씩 베스트 점수 갱신하는 재미도 느끼곤 했다. 나의 카톡 친구중 최고점수는 40만점이다. 7만점에서 전혀 요동이 없는 나는 도대체 40만점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점수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심약한(?) 나는 급기야 어느날 밤에 잠자리에 누우니, 고 귀여운 동물들이 셋씩 줄선 모양이 아른 거렸다. 깜짝 놀랐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그 다음날 애니팡 로그아웃을 단행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아이콘까지 삭제하려고 몇 번을 시도해도 삭제가 되지않아 그건 포기했다. 일주일 정도는 '애니팡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1달여가 지난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어졌다.
어쨌거나 내가 애니팡을 할때는 주위 사람들이 온통 애니팡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내가 그만두니 '요즘 애니팡이 시들해졌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시들해지기는 커녕 전국이 애니팡 천지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가 정점을 찍을 때가 있는 것이고, 그 이후는 내려가는 길이라는걸 알고 있다. 내가 애니팡을 체험하고 어느 순간 로그아웃을 단행한 것처럼...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쌓이면 그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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