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길,
조용한 청사로 들어서는데 벽에 커다랗게 걸린 가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병화님의 '가을'입니다.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청사 입구,
나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여유있게 가을을 찍었습니다.
누가 찍어 놓은 가을, 누가 써 놓은 가을,
가을을 만나러 못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져다 놓은 가을.
가을을 이렇게 만나는 사람도 있나봅니다.
초라한 가을맞이지만
이른 아침 나는 마음껏 가을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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