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어서 편지 답장을 아직 못 내고 있다.
― 이 말은 사람이 어떤 의무나 일을 회피할 때에 흔히 쓰는 변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변명이 적당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 해서 시간의 결핍이 생기며, 또 어떤 방법으로 필요한 시간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밝혀 보겠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시간이 결핍되는 첫째 이유는 '시간의 성격' 에 있다. 시간은 조용하지 않고 어떤 순간에도 정지하지 않는다. 언제나 무엇인가 부산한 일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번잡스러운 일상 생활에 시달림을 받는다. 시간과 더불어 생활을 하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달음박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령 어느 관찰자가 오늘의 세계를 어디선가 내려다본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무수한 열차의 광경만으로도 머리가 혼란해질 것이 틀림이 없으리라. 그리고 시간의 움직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정도 그러한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기가 왜 그렇게 바쁜지 스스로 그 까닭을 모르겠다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 또 한가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흡사 무슨 큰 일이나 기다리고 있는 듯이 전차 속에서나 극장 안에서 남을 떠밀고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전체 흐름에 따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은 이 지구 위에서 가장 값이 비싸고 가장 얻기 어려운 보배처럼 여겨진다. 흔히 시간과 황금을 비교하지만 오늘 시대에는 황금을 넉넉하게 가진 사람도 이미 넉넉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늘 조급하게 움직이는 결과는 그다지 좋지가 않다. 인간 활동의 여러 분야에 있어, 오늘날처럼 초조하지도 않고 과로를 하는 일도 없이 훨씬 더 많은 업적을 나타낸 옛 시대와 옛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피서지나 온천에 가지 않고서도, 이를테면 저 미켈란젤로 같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건축을 하고 조각을 만들고 시를 쓰고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 작정 없이 그저 세상을 따라서 흘러가기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에 저항하면서, '자유로운 사람'으로 생활을 설계하도록 결심할 필요가 있다. 일을 하거나 즐거움을 누리거나 간에 결국 그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① 시간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1주에 6일간(5일도 아니고 7일도 아니라), 낮에만 시간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이다. 밤에 일을 하거나 일요일에도 일을 하는 것은 가장 나쁜 방법이다. 그리고 몇 주나 몇 달을 계속해서 휴양을 하는 때가 있는데, 그것이 일을 아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오히려 해로울지도 모른다. 오직 규칙적인 활동이야말로, 특히 중년 이후에 있어서도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규칙적 활동은 신경 과민을 해소시켜주고 건강의 기초가 되는 저항력을 강화시켜 준다. 물론 규칙적인 활동이 과로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에는 무리를 하지 말고 솔직하게 피로라는 자연의 경고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이상스러운 자극물을 사용하여 피로를 기만하여서는 안된다.
② 활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직업을 정하는 게 좋다. 직업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의 한계를 확정하게 주기 때문에, 따라서 그 실체의 기능이나 마음의 상태를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향학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직업적 활동을 요구하는 인간다운 천성의 충동이라고 나는 믿는다.
③ 하루의 구분, 6시간이나 8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은 그다지 능률적이 못 된다. 중간에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게 보다 효과적인 것이다.
④ 자기 기분에 너무 구애되지 말라, 처음에 엄두가 나지 않을 때에도, 우선 일을 시작하고 보면 그 일에 적합한 기분이 생긴다.
⑤ 단편적인 시간을 이용할 것. 무슨 일을 할 적에 넉넉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많은 단편적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아직 시작할 때가 아니다.'라고 늘 되풀이하는 사람과 그때 그때 즉시 시작하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⑥ 이따금 일 대상을 바꾸어 할 것. 일을 변화시키는 것은 휴식과 같은 효과가 있다.
⑦ 일을 빨리 진행시킬 것. 옛날 호라티우스 라는 시인은 시 한 편을 9년간 퇴고할 것을 권하고 있으나, 보통 일에 있어서는, 오히려 적당한 속도로 빨리 진행하는 게 오히려 결과도 좋을 수가 있다.
⑧ 시간을 절약하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으로 일을 도중에 중단하지 않고, 그때 그때 끝마치는 방법이 중요하다.
⑨ 마지막으로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질서가 있으면 일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가 있고, 또한 일에 대한 흥미가 꾸준히 계속된다.
칼 힐티의 「행복론」중 '시간을 마련하는 방법'
요즘 수 많은 자기 계발서가 쏟아져 나온다. 그 내용으로 볼때 시간활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을 것이다. 칼 힐티가 전하는 차분한 목소리를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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