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맛있는 문장 17

프랭클린 자서전 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행복은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커다란 횡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겪는 작은 일들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난한 젊은이에게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면도칼 사용법을 알려 주는 것이 천 기니아를 주는 것보다 그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다. 돈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없어지게 마련이고 남는 거라곤 잘못 썼다는 후회뿐이다. 그러나 면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이발소에서 한없이 기다리거나 더러운 손, 입 냄새, 무딘 면도날 같은 것 때문에 짜증을 내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편한 시간에 면도할 수 있으며 좋은 면도칼로 얼굴을 다듬는 기쁨을 매일 맛볼 수 있다. 내가 몇 페이지에 걸쳐서 길 포장 얘기나 가로등 얘기를 장황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내가 수년 동안 행복하게..

맛있는 문장 2021.11.02

그날 그 시가 내게로 왔다.

늘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도착하는 카톡. 퇴직하신 직장 선배님이 아침마다 건네는 인사다. 그날 아침엔 시가 내게로 훅 들어왔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읽고 또 읽고...그 시가 내게 수없이 말을 건다. 시인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그의 시들이 참 따뜻하다. 겸손한 옷차림을 하고 나와서 스산한 가을 저녁같은 인생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 우린 언제쯤 저런 따뜻한 시를 쓸 수 있을까. 아니, 어느 세상에 있으면 저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종일 그의 시가 나를 붙든다.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맛있는 문장 201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