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상상하지 마라

안동꿈 2015. 2. 18. 22:30

어느 한 남자가 그림을 벽에 걸고 싶은데 망치가 없다. '옆집에 가서 망치를 빌리자.'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옆집 남자가 망치를 빌려주고 싶어 하지 않으면 어쩌지... 얼마 전에 내가 지나가면서 인사를 했는데도 그는 모른 척 하고 지나갔었다. 그는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 한 건지도 몰라...그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어떻게 한동네 사람에게 그런 작은 부탁을 거절할 수가 있어?... 그러고도 내가 자기 호의를 아쉬워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혼자 망상에 빠져 있겠지? 단지 망치 하나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그냥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리고 그는 번개처럼 옆집으로 달려가서 " 네 잘난 망치하고 혼자 잘 살아봐라. 이 나쁜 놈아!"

 

우리는 이 남자를 정신병자 정도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공감할 부분들이 많음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 마음 속에 들어있는 정보들로 퍼즐을 조각하여 생각도, 말도, 그리고글도 만들어 낸다. 그게 아주 작은 작품이든 큰 완성품이든, 순간적인 것이든 긴 작업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든 말이다.

 

 

 

며칠 전 출근 길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였더니, 버스도착시스템 화면에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곧 도착한다고 나타나 있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오고 있있다. '아. 내가 탈 버스가 오고 있구나.' 습관처럼 버스 번호에 눈길을 주었고, 영락없는 나의 버스였다. 그런데 한참을 가는데, 엉뚱한 길로 가는 것이다. 이상하여 다시 한번 버스를 확인하니, 전혀 다른 버스를 타고 있는 것이다. 참 놀라운 경험이었다. 버스 번호가 비슷하지도 않은데, 버스번호를 확인 안한것도 아닌데,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생각은 우리의 모든 감각들을 지배해 버리고 만것이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평범한 행동에도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이유와 동기들을 이어 붙인다. 동일하게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평범한 행동에 대해서 나와 연관된 비호감의 동기와 이유들을 상상하여 뒤에다 줄을 세우곤 한다. 상상의 모래성을 쌓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우연한 계기로 그리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상대방의 좋은 모습을 보고 그때의 마음으로 호감을 말로 드러냈다고 할 때 그 호감을 받아들인 사람은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그것을 계속하여 고정된 사실로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호감을 표현한 사람이 계속 그 마음 상태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싫어하는 사람을 마음에 품는 경우도 동일한 상황일 것이다.

 

상상하지 마라.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도 없고,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건 헛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오류들, 거짓 정보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진실이 아닌 정보들을 종합하여 낸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정관하도록 애쓰는 것이 참으로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정보들로 인해 본능적으로 오류를 일으킨다면 철학자들의 사고의 한 방식인,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판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저 버스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이 나를 지금은 싫어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할 수만 있으면 모든 사람들에 대해 내가 그들을 좋아한다고 여기고 생활한다면 그들의 평범한 행동도 나에 대한 좋은 의도와 함께 다가올 것이다. 그러면 삶은 훨씬 유쾌해질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