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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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나

여름휴가를 보낸 후

안동꿈 2015. 9. 2. 22:02

진짜 휴가를 다녀왔다.

꼭 가야할 곳도, 반드시 봐야 할 것도 없었다.

예약도, 준비물도 필요 없었다.

 

남편과 나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아이들이 제 갈 곳으로 간 후, 생수병 하나씩만 들고 차에 올랐다. 남편은 며칠 전에 TV에 나온 남해 독일마을과 다랭이마을을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그것도 괜찮겠다고 했다. 다만,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핫바 하나를 나눠먹으며 휴가를 실감하려 했고, 점심은 남해 어귀에서 멸치쌈밥 간판들이 즐비한 식당 중 한 곳에 들러 가볍게 해결하였다. 독일마을에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연인들처럼 사진을 찍으며 서로 민망해했다. '우리 이상한 관계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ㅋㅋ' 하면서...

 

 

 

 

 

 

다랭이마을 가파른 길을 걸어서 다녀온 것만이 유일한 육체적인 부담이었고,  남해까지 왔으니 건어물이랑 해산물 좀 사서 가자고 남해시장에 들러서 실속도 챙겼다. 그 길엔 남편이 어릴적 살던 마을과 교회를 지나기도 해서 까까머리 어린시절 추억에 잠기는 남편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드라이브 중에 만난 이름이 익숙치 않은 작은 해수욕장과 호수 옆에 자리 잡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밭은 우리 여행에 가장 좋은 선물이 되었다. 가는 길에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못 보면 내일 삼락공원이라도 찾아가자고 했었는데 한꺼번에 마련된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는 나에겐 참으로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날은 태풍 고니로 인해 영화 '암살'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천만관객이라는 수치가 보여주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식적인 정서의 범주에 포함되었다는 안도와 하정우를 보는 즐거움 등 몇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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