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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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나

3박4일 제주도 휴가, '반드시 곧 다시 찾을 것이다'

안동꿈 2009. 8. 14. 21:34

 태풍 모라꼿이 지나간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한달전 예약한 제주도 3박4일 휴가를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두어달쯤 전 마산에 있는 막내동생이 제주도 3박4일 호텔 숙박권이 있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우리보고 다녀오면 좋겠다고 보내왔다.

 

이제껏 '휴가는 휴식이다'는 생각을 고수하며 계획도 필요없고, 일에서 해방되는 것이 휴가며 내가 살고있는 익숙한 곳을 떠나면 휴가라는 생각으로 늘 휴가를 얼렁뚱땅 보내왔다. 그래서 휴가를 통해 뭔가 의미있는 것을 생산해내지 못하였다. 최근에 연락된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한 이야기를 카페를 통해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고, 아이들에게 어릴때 많은 경험을 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인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전부터 호텔, 비행기, 차렌트 등을 예약하면서 참 번거롭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도 나름대로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우리만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 미안하여 미리 연락못하고 출발하기 직전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공항으로 출발하였는데, 수속을 다밟고 탑승하기 10여분전 아버님께서 여비를 준다고 공항 근처에 오셨단다. 다시 나갈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통장으로 송금을 해오셨다. 덕분에(?) 아이들이랑 우리는 부모님 선물 고른다고 엄청 고심을 하였다. 어쨌든 멋쟁이 아버님.

 

우리의 제주도 여행은 말하자면 '세속적인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성산일출봉, 용두암, 주상절리, 산방산, 송악산, 여미지식물원, 섭지코지, 천제연폭포, 마라도, 용머리해안, 성읍민속마을, 아프리카박물관 등 제주도하면 생각나는 주요 관광지를 찾아갔으니까. 부산에 사는지라 해수욕장에는 별 관심이 없어 찾지 않았지만 쉬리의 언덕에서 바라본 중문 해수욕장은 그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도심속에서 시달린 해운대와는 달랐다.

 

주요관광지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지시하는대로 움직이다 보니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놓친 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멀어져가는 제주도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들었다. 휴가를 마친 첫 출근길 우리과 여직원을 만났다. 제주도 여행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일곱번 다녀왔단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을 쓴 최상희씨는 제주도를 여행삼아 몇번 다니다가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 갈 때마다 새롭고 매력있어 아예 제주도에 눌러 앉았다고 한다.

 

성산일출봉 가는 차안에서 남편이 아이들에게 들려준 '기다리는 마음'의 배경이된 성산일출봉 사연이 감동이었다. '일출봉에 해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뜨거든 날 불러주오...' 배타고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애절한 여인의 그 마음이 내 마음에 부딪쳐 왔다.

 

주상절리에서는 쉼없이 부딪치고 하얗게 물꽃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의 그 처절한 몸부림이  바위를 그렇게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마치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 여행 소감은 한마디로 '반드시 곧 다시 찾을 것이다.' 라는 것...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본 성산리 

 

 

제주도는 길을 만들고 가로수를 심은 것이 아니라, 곳곳이 수려한 식물들의 보고이기 때문에 길이 필요하여 길을 내면 멋진 가로수길이 되는것 같았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

 

 오랜 파도에 깍인 바위. 주상절리대

 

 송악산 올레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송악산 올레길에서 세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