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2박3일 속초,강릉 여행

안동꿈 2016. 8. 27. 15:51

연일 계속되는 폭염특보를 피해 지난 주에 속초로 2박3일 휴가를 다녀왔다. 설악산 자락 한적한 곳에 자리한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속초 일대를 샅샅히 훝었다. 작은 딸은 체험학습 온 것 같다며 인상을 썼지만, 언제 또 속초에 오겠냐며 달랬다.

나는 여행을 가면 그곳 특산물을 사기 위해 큰 재래시장을 꼭 찾는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속초중앙시장이 있어서 갔더니 닭강정, 아바이순대, 씨앗호떡 등 속초 명물 먹거리들이 풍성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제일 길게 줄 선 곳에서 닭강정을 사고, 김과 황태채와 오징어도 샀다. 저녁을 먹기위해 시장 근처에 위치한 속초먹거리단지에 들러 긴 시간 운전하느라 지친 남편을 위해, 마침 말복이기도 하여 삼계탕을 먹었다. 부산이나 속초나 복날에 삼계탕집 붐비기는 매한가지였다. 배를 두드리며 대포항에 들렀다. 엔제리너스가 있길래, 반가워 들러서 팥빙수 한그릇 나눠먹고, 보름달 아래 반짝이는 불빛 장식에 황홀하게 거닐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틑날은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통일전망대를 다녀왔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바라본 금강산 자락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통일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사용한 '통일' 이라는 단어가 많이 퇴색해진 까닭이라 해두자.



그 다음 들른 곳은 화진포다.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화진포 호수와 바다 사이, 언덕에 지어진 화진포 성(김일성 별장)은 가히 최고 권력자가 탐낼 만한 비경이었다. 공교롭게도 건너편에는 이승만 별장이 있어 함께 둘러 보았다.

그 다음 간 곳은 설악산이다. 내가 설악산을 좋아하는 까닭은 설악산은 오르지 않아도 그 멋진 바위산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그 멋진 산의 풍경은 우리를 얼마나 의연하고 품위있게 만들어 주는지 모른다. 그래도 굳이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발을 디디고 와야겠기에 우리는 그렇게 했다. 구름이 수시로 얼굴을 바꾸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통에 깨끗한 절경을 감상하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긴 했다.



둘째날 저녁엔 속초에서 물회로 유명한 '봉포머구리횟집'을 찾아 가서 대기순번 50여번째를 지나 식사를 대할 수 있었다. 참고로, 여행은 먹는게 반 이상이라서 기다려서라도 맛있는걸 먹고와야 평생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 가족들은 묵언의 동의를 한듯 대기시간에 불평하는 자는 없었다.


마지막날은 초당순두부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짐을 싸서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에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양떼몰이도 보고, 도감에도 없는 연애소설나무도 보고, 처음 보는 목장 풍경을 만끽하였다. 그곳에서도 정상에서 기대했던 비경은 구름들의 변덕으로 볼 수가 없었다. 점심은 집으로 돌아갈 긴 여정을 감안하여 한우로 체력을 보강하고, 마지막 관람코스로 정동진을 둘러보았다. 몇 대의 기차를 연결하여 만든 시계박물관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었는데(실은 철없는 딸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는...)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어 바다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만 사들고 차를 타야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남편과 나)는 줄곧 여행 장소와 여행 동행인들에 대한 기억의 불일치로 실랑이가 있었다. 그것은 오직 나이 탓으로 인한 희미한 기억 때문이지, 알리바이라 이름하는 범죄의 차원은 아님을 명확히 해두려 한다.

앞으로 여행에서 여러번 방문하게 되는 추천 여행지에서라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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