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들도 집안일을 잘 한다.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나의 옆의 직원이 그렇다. 그에게 붙은 별명이나 사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마 다들 나처럼 놀랄 것이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요리얘기가 나왔다. 내가 알고 있는 요리팁을 몇 가지 소개했더니, 그 직원은 콩나물밥과 양념장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 준다. 삼십여년차 주부인 나는 그 주말에 그가 가르쳐 준대로 콩나물밥을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또한, 그의 카톡 대문에는 '산소 같은 남자' 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그의 몸집이나 생김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서 물어 보았더니 아내가 붙인 별명이라는 것이다. '산소처럼 잠시만 없어도 살 수 없는 사람' 이라는 뜻이란다.
그리고 이 친구가 딸과 아들 하나씩 두었는데 처갓집에 가면 장인이 자기 딸에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단다.
"니는 한게 뭐가 있노. 김서방이 애들 다 키웠지."
이 땅에 장인에게 이런 얘기 듣는 사위가 얼마나 될까, 있기는 할까.
아이들 학교나 유치원 행사는 교사인 아내를 대신하여 본인이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 같다. 한 해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연가를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직원에게 우리 부서 사람들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사실이 하나 있는 것은, 그의 아내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시집 잘 간 여자'라는 것.
맞벌이 하는 가정에서 누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지, 남편이 집안 일을 얼마나 도와주는지 등을 가지고 시집을 잘 갔느니 장가를 잘 갔느니 하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긴 하다. 그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기쁘게 수고하는 이의 마음이, 내가 더 많이 수고할까봐 노심초사하는 이보다 훨씬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차후 받게 될 보상은 몸의 편안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가족 그리고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가정에 복음이 들어온 사연 (0) | 2016.09.19 |
---|---|
2박3일 속초,강릉 여행 (0) | 2016.08.27 |
연휴 둘째 날의 여유 (0) | 2016.05.06 |
이팝나무가 좋은 까닭 (0) | 2016.04.23 |
시립미술관을 가다 (0) | 201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