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조용필 콘서트

안동꿈 2016. 12. 14. 21:58

을 며칠 앞둔 날, 내 생애 처음으로 대중가수의 콘서트에 갔다. 매월 회비를 거둬 정기적으로 식사도 하고 여행도 가는 친구들 모임에서 이번에는 조용필콘서트에 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구입한 십만원짜리 티켓은 로얄석과는 무척 먼 곳에 자리잡은 입장권이라는 것을 수많은 군중들 사이를 헤맨 뒤에 알았다. 손에손에 야광봉과 응원 피켓을 들고 나타난 베테랑 관객들 사이에서 우리는 좀 머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멀리 한 점으로 보이는 십대시절의 우상, 조용필은 삽십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한달음에 우리의 가슴에 달려와 주었다. 아련한 추억과 설렘, 십대적 꿈과 사랑을 싣고. 그때는 막연하게 좋아했던 노래가 인생의 골짜기에서 퍼올려진 뜨거운 공감으로 다시 불리워졌다. 사랑도 이별도 인생의 무거운 진실도 모두.  

 

 

남들이 버리고간 응원피켓 주워서 한 컷

 

그때 그시절 단발머리 여학생들의 함성소리를 떠올려 보면 분명 콘서트장에 여자들만 바글거려야 하는데, 의외로 남자들이 많았다. '형님'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도 했다. 신기했다. 그의 노래는 어릴땐 몰랐는데, 인생에 대한 사색이 배어있는 노래들이 많았다. 그 무게감이 남자들을 이끌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많아진다는데, 그래서 노년의 조용필을 찾는건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요즘 부쩍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한 친구는 방방뛰면서 가끔 소리를 지르는데 아마 스트레스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내 앞의 한 커플의 모습은 오래 생각났다. 남자가 미리와서 자리를 잡고 여자는 공연시작 직전에 나타났다. 공연내내 남자는 여자 옆에서 마치 경호원처럼 정자세를 하고 있었다. 여자가 앉아 있을 때는 옆에 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여자가 일어서서 춤을 추면 같이 일어서서 손을 뒷짐진 채 여전히 앞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특이한 점은 요즘 아이돌들의 공연에 터져나오는 함성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기분내키는 대로 소리를 질렀다가는 그 후유증이 며칠을 갈지 몰라 다들 몸 생각하는 것 같이 보였다. 내가 그랬으니, 남들도 그랬을 것 같다.   

  

콘서트를 마치고 카페를 찾아 빙수까지 나눠먹으며 후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큰 딸에게 수줍게 고백했더니, 정말 좋은 친구들을 뒀다고 반색을 한다. 딸은 엄마가 천진난만하게 즐거워하는게 그렇게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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