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탈림이 온다던 토요일, 사무실을 홀로 지킨 대가로 받은 평일 휴가.
남들이 일하는 날 쉴때는 필사적으로 놀아줘야 하는 법.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생각나는 건 코스모스였다. 마침 그날 하동 북천에 코스모스 메밀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구비구비 깊은 산길을 달려 도착한 북천엔 지천이 코스모스였다. 여느 축제들처럼 붐비는 인파도 없었다. 우리는 코스모스처럼 활짝 웃으며 돌아다녔다.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
언젠가 TV에서 북천의 코스모스와 간이역 풍경을 보며 생각났던 김창완의 노래.
인생은 명확하지 않고, 사랑도 그렇다.
시인의 모호한 시구는 누군가의 삶의 고비에서 더 명확해지고, 누군가의 사랑의 시간 안에서 더 풍성해지곤 한다.
세월이 쌓인 이에게는 낭만도 감상도 현실에 닿아있는것 같다.
골짜기마다 늘어선 밤나무와 집집마다 마당을 지키고 있는 대추나무, 누렇게 익은 들판의 나락풍경은 고향마을을 옮겨 놓은듯 했다.
마을 어귀 리어카에 실려있는 대추와 고구마들을 사다가 트렁크에 가득 싣고 귀가하는 마음은 친정다녀오는 딸 마음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