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가 들면 기운이 떨어지고 활동이 줄어들면서 힘이 별로 안드는 말하기 활동만 왕성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부쩍 나이 드신 남자들의 수다가 귀에 거슬립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겠지요.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하면, 아침잠 없으신 어르신들이 일찌감치 나오셔서 자리잡고 계십니다. 그리고선 밤새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가지고 끝장토론들을 하십니다. 주로 직접 대면할 가능성이 희박한 분들에 대한 가혹한 인민재판이 벌어지죠. 늘 잠이 부족한 특히, 찬 겨울바람을 뚫고 출근하는 것이 가장 큰 난재인 젊은 직원들까지 자리에 다 앉고서도 한참을 그러고 노십니다.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고 분주해지면 슬그머니 접어두었던 토론장은 점심시간에 다시 펼쳐집니다. 한 분이 얘기를 시작하고 목소리가 높아지면 다른 분이 끼어듭니다. 그래도 앞 분의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분명 동의하는 말임에도 어투만 봐서는 반대의견 같습니다. 남자들의 얘기에는 '맞지'나 '응'같은 추임새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냥 듣는 이 없는 얘기만 가득할 뿐입니다. 젊은 직원들은 행여나 눈이나 마주칠까봐 고개숙이고 밥만 먹습니다. 괜히 옆에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간 지겨운 얘기만 더 길어질게 뻔하니까요.
그들의 얘기는 스스로 숙고한 얘기가 아닌 인터넷에 떠도는 주인없는 정보에다가 또 수신자 없는 비판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얘기를 누가 들으려고 하겠습니까. 그저 들리는 얘기만으로도 마음만 답답한 겁니다. 그들은 그런 얘기를 날마다 계속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이 속으로 자기를 똑똑하다고 여기리라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지만요.
사람들의 끝없는 수다는 사실 건설적인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여자들의 수다가 남자들과 다른 부분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구분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반드시 반응을 합니다. '맞다, 그렇지, 응. 정말...' 실로 다양한 추임새가 있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거기에는 나름의 힐링의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긍정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수다에는 실로 치명적인 재앙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함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현재는 부재한 어떤 사람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후자가 월등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수다는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허투루 내뱉었던 말들은 나에게 족쇄가 되어 그 무엇보다고 나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는 경건의 요소에 '혀를 재갈 물리는 것'을 꼽고 있습니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말을 줄여 스스로의 말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이 다니는 길에 덫을 놓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는다면 훨씬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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