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봄 꽃

안동꿈 2018. 4. 30. 19:00

접수된 서류를 찾으러 사무실을 나섰다. 앞마당에 이팝나무가 활짝 피었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노부부인듯 보이는 커플이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남자가 두 팔을 벌리며 '유후~' 한다.


라일락은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 화단에 소담하게 피어 있었다. 출퇴근 길에 오가며 냄새를 맡곤 했다. 어느 날은 조금만 더 맡고 가자며 조금 더 더..하다가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 안의 낯선 눈길에 민망해서 서둘러 피한 적도 있다. 

곳곳에 만발한 꽃들을 마음에만 담기엔 너무 벅차서 폰에 수시로 담아두었다.

봄이 올듯말듯 그렇게도 망설이더니 더 이상 못 참겠는지 곳곳에 터트린 꽃망울에 아마 정신 못차리는 영혼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때론 삶의 조각이 목에 걸려 힘이 든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 꽃이 피고 초록이 지쳐 단풍들고 앙상한 가지로 남는 세월의 바퀴가 돌아가는 한 우리 삶도 기쁨과 슬픔을 반복하며 흘러갈 것이다. 슬픔은 좀 묻어 두었다가 꽃향기에 '유후~' 하며 흘려보내고, 즐거움은 또 좀 감추어 두었다가 울적할 때 퍼올려 봐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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