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지혜라는 것

안동꿈 2018. 8. 12. 17:25

최근에 업무가 바뀌었다. 인사이동이 있었고 이리저리 자리 배치를 하는 중에 내게 주어진 변화이다. 비슷하게 업무가 바뀐 동갑인 동료가 있었다. 그가 나를 붙들고 하소연을 한다. 자기 팀장이 다른 팀으로 가라고 권하더란다. 이젠 나이가 들어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자기 팀장이 다른 팀으로 가라는 말은 엄청나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가긴 가는데 언젠가는 자신이 입은 상처를 어떤 통로로든 폭로하리라고 하면서 그간에 자신이 받은 상처들을 쏟아놓는다.


내게는 그 팀장이 오라고 했으니 '어디 한번 잘 해봐라. 어떤 인간인지 한번 겪어봐라.'는 투로 마무리를 하는데 좀 섬뜩하긴 했다. 평소 또래이기 때문에 얘기도 자주하곤 했는데 너무나 분노에 차있는 모습이어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후에 부서의 상황을 종합해 볼때, 실재로는 인사이동과 업무조정 중에 그 직원의 자리에 한가지 업무를 더 맡기게 되었고, 팀장은 그 동안에 그 여직원이 일하는 것을 지켜 볼때에 업무 하나를 더 붙여서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았다. (이전에 팀장이 여러번 '옆 동료가 너무 힘들어 하니 업무 하나를 해줄 수 없느냐'고 양해를 구했고 자신은 거절했는데, 그 지시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기분 나쁘고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하고 했다. 이것도 그 여직원이 팀장으로부터 입은 상처이야기 중 하나다.) 래서 자존심 상하지 않게 다른 팀의 직급에 맞는 자리로 찾아 갈 것을 권한게 아닌가 싶었다. 또한 타 부서에서 오는 젊은 남자직원이 그 자리에 오면 선택의 여지없이 한가지 더 붙은 업무를 수행하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세상에는 늘 고통을 주고받는 이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보호하고 감싸고 방어하기 급급하다. 누군가가 공격해오면 날카롭게 반응하며 반격을 가한다. 우리는 누구에게서나 하나같이 상처받은 얘기 밖에 들을 수 없다. 분명히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상처 입은 자들 뿐이다.


저녁기도 중에 그런 전쟁터 같은 사람들의 삶이 그려졌고 그 영혼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사실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것들, 가령 직장에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늘 다툼과 갈등이 생긴다. 업무 하나 더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죽도록 싸운다. 그것에서 파생된 미움과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서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손해보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우리의 영혼, 우리의 마음은 몇 배의 상처로 곪아터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지혜자는 말한다.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도 주고,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동행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해도 우리의 삶이 전혀 손해보거나 피폐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재로 이 지혜를 실천한 사람들은 엄청난 풍요와 평화를 누렸다는 사실이다. 이 지혜는 실천을 해보아야 경험할 수 있는 진리인 것이다. 그저 앉아서 셈해 보아서는 결론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인생을 설계하신 이가 그 매뉴얼을 기록해 놓았고, 그 매뉴얼에 이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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