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라돈 관련 교육이 있었다. 남편이 시간이 되어 동행해 주어서 소풍 삼아 다녀오게 되었다. 부산을 출발할 때 차창밖으로 보이는 앙상한 나무들이 소풍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대구 쯤 가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올라갈수록 함박눈으로 변했다. 여름휴가부터 꽃구경, 단풍구경 다 놓치고 삭막한 겨울 나무들 배경삼아 무슨 감흥이 있으랴 여기며 출발한 외출이었다. 그런데 그간의 아쉬움을 다 보상할 만큼 눈풍경은 감동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의 속도만큼이나 차창밖 산의 풍경은 순간순간 백설이 짙어졌다.
마음속으로는 감동의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지만 차마 표현은 못한 것은 눈길을 운전할 남편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눈을 보고도 조용한 나를 보고 많이 변했다고 한다. 오해를 풀 필요도 없어 그저 '좋지' 하고 말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KAIST 정문 앞에 위치해 있었다.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에 들어서서 품은 생각이 온통 눈 생각 뿐이었다. 교육 전에 사진 찍고, 쉬는 시간에도 찍고, 어두워지기 전에 마쳐야 할텐데 조바심내며 마치자마자 또 찍어 댔다.
라돈, 토론, 모나자이트, 베크럴, 시버트 등 고등학교 시절에 박제된 원소기호들과 태어나서 처음듣는 단어들이 머리를 혼미하게 했지만 차비들여 먼 곳까지 왔으니 소기의 성과는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모두 방사능의 바다에 살고 있다. 우리 몸에도 먹는 음식에도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도 방사능은 있다. 방사능보다 인류의 생명을 더 위협하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정을 마련하고 대처함으로써 주어진 환경에서 인류의 쾌적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교육을 통해 얻은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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