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쓰고 싶으나 쓸 수 없을 때

안동꿈 2018. 12. 9. 17:52

몇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을 했다. 

업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가 터진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언론과 의원들이, 내부적으로는 문제 해법의 어려움이 나를 압박해왔다. 깨어 있는 동안 내 생각은 잠시도 그 문제를 떠날 수가 없었다. 아니, 꿈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내가 저지르지 않은 것 때문에 내가 왜 힘들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조금 정신이 차려졌을 때는 '이 일은 원래 내 일로 계획되어져 있는 것이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편했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니 시간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다.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일상이 다 멈추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극도로 시간이 부족한 걸 경험할 때의 유익이 한 가지 있다. 시간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잠시 생기는 짬도 고맙다.


출근길에 하천과 가로수 산책로를 잠시 걷게 된다. 빨갛게 물든 가로수들이 잘 찍힌 풍경사진처럼 프레임에 잡힌다. 그 강렬함이 화살처럼 내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감성에 꽂힌다. 그 화살 길을 따라 글이 나오고 그 뒤로 글이 이어져 나온다. 펜만 대면 금방 글 한 편 써 질 것 같다. 허접하나마 글 한 편 써 내고 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몸은 곧 사무실에 가 있고 마음은 금방 현실을 받아들여 그 지끈한 문제 속에 서 있다. 이 와중에 감성이 무엇이며 글이 무슨 사치란 말인가...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멍석 깔아 놓으면 안한다'는 말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현자의 말이 확실하다. 헝그리 정신. 글은 시간의 고픔이 가장 큰 헝그리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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