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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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강가 단상

특별민원 대응요령 교육을 받고

안동꿈 2019. 3. 30. 21:29

특별민원 대응 요령 교육이 있어 자원하여 참석하게 되었다. 강사는 국민권익위원회 특별민원전문관이다. 국민권익위원회라고 하면 전국의 모든 미해결 민원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강사는 2시간짜리 교육을 쉬는시간 없이 2시간 20분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보통 사람들의 2배속 정도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 강의 초반에는 빠른 서울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불편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특별한 민원응대 사례에 마음이 끌렸다.


그가 만난 민원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욕설은 기본이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2만7천여건의 민원을 접수하기도 하였는데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관련 공무원들을 모두 고발하는 등으로 가지를 뻗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가 민원인을 대하는 방법은 남달랐다. 자신의 상담 내용을 육성파일로 들려주는데 누가 민원인이고 누가 공무원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서로 반말하고 엄포를 놓고 고함을 지르는 등 어떻게 들으면 공무원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공무원은 무조건 숙여야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아니었다. 민원인과 동등한 관계였다. 그래서 그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일한다고 한다. 그 특별한 비결은 모든 민원인을 측은히 여기는 것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싸우고 미워하고 상처받고 고집부리면서 모든 사람들과 원수지고 가족들한테서 조차 소외되었을 그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자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모든 민원인을 만나는 즉시 사촌 이내 가족관계로 여기고 호칭을 그렇게 한다고 한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저런 응대가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상대방이 그의 마음을 알게 되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따뜻한 마음 위에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더해진다. 그는 쉴새없이 걸려오는 수많은 민원 전화에도 자신의 통제와 계획하에 일을 한다. 펄펄 끓는 물같은 그 사람들에게 자신과 통화하려면 2주 전에 예약해야 하고 예약하지 않은 전화는 받지 않았고 그것을 그들이 받아들이게 했다. 

'형님. 오늘은 민원 넣지마. 내가 갈게. 나랑 얘기해'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없는 다양한 민원 사례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에게서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그가 특별민원 조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수 년 동안 미해결된 대부분의 민원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종결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에게 오는 모든 민원은 법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에 해결될 수는 없고 그에게서 마무리 되는 것이다. 민원인의 마음을 달래고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마음을 접고 평범한 일상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후에도 민원인들이 이 조사관과 가족처럼 안부전화를 주고 받는 관계로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의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숨가쁘게 호소한 것이 있다.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들에게 봉사하라고 했다. 만일 우리의 몫을 훨씬 넘어서 봉사하였다고 하면 반드시 하늘이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하라고 했다. 정말로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경제원리에 의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숙히 간직되어 있는 옳고 정의로운 것을 실행할 때 참된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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