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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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나

딸이 울고 있다(2) -아빠의 방법-

안동꿈 2009. 9. 12. 23:57

나는 긴 글에는 소질이 없다.

글을 빨리 마무리 해야하는데, 마무리가 되지 않을 때 굉장히 답답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사실대로 써 내려간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일부를 생략해야할 때, 엄밀한 의미에서 사실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리는 상황은 왠지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바로 직전에 쓴 「딸이 울고 있다 - 엄마의 방법」의 뒷 이야기가 더 있다.

모녀간에 긴 포옹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런데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나보고 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딸이 이 일에 대해서 아빠한테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고해서 그 약속을 굳게 지키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남편이 뭔가 알고 있는듯한 말투에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있는데, 딸내미 방에 가보라는 것이다. 책상위 메모지에 적혀있는걸 보라는 것이다. 가보니 '지금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체 하고 있지만 많이 괴롭다. 내일 학교에 가면 분명히 따돌림 받을 텐데'라고 간단한 자기 심경을 고백해 놓은 글인것 같은데 아무데나 던져놓아져 있다. 금요일 저녁에 써 놓은게 분명하다.

 

분위기가 심상찮은 것을 느낀 남편이 딸내미 방을 둘러본 것이다.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굉장히 화를 내며, 그 애를 내일 정신이 번쩍 들도록 혼을 내놔야겠다는 것이다. 딸을 위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난들 화가 안났겠냐마는 오직 딸내미를 위해서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정사정을 했다.

 

다음날 교회 다녀온 딸이 울면서 아빠가 친구를 많이 뭐라해서 친구가 운다는 것이다. 그 애가 이제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아빠가 그렇게 심하게 혼을 내서 이제 교회도 나오기 싫다고 얘기했다면서 엄마는 왜 아빠한테 얘기를 했냐고. 이젠 어떡하냐고 난리다. 그 상황이 되니까 이제껏 참아왔던 딸내미에 대한 불만이 터져버렸다. '이제 좀 강해지라고, 친구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고 용기를 좀 내라고.'

 

교회에 다녀온  큰 딸이 동생이 울고불고하는걸 보고는 자기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우리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또 그 친구들이 그 애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고 괴롭힘을 당하는지 아냐'는 것이다. 그리고는 동생이 불쌍하다고 닭똥같은 눈물을 계속하여 흘린다. 나참 큰 딸내미한테 저런 면이.

 

아빠의 생각은 저런 아이들은 이럴때 살 달래놓으면 또 악한 성질이 금방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호되게 혼을 내줘야한다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그 애만 붙잡고 혼 낸것이 아니고 여러 친구들이 모여있을때 한꺼번에 싸잡아서 얘기했다고한다. 그러나 그 애는 당연히 자기보고 하는 소린줄 알았고 딸내미를 불러서 울고불고 난리를 친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애들 아빠가 그렇게 선택한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사태도 해결해야 되겠지만 내 입장도 고려해야 되겠기에 선택했던 나의 것보다 이 사태를 확실하게 종결짓는 방법이 이것 뿐이라고 믿고 자신의 입장은 팽개쳐야만 했던 애들 아빠의 선택에 나는 한표 던지겠다.

 

딸내미는 아빠의 선택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는것 같았다. 자신감을 충전시키는것 같기도 했다. 그 후 몇시간이 못되어 그 애에게서 전화가 와서 '우리 예전처럼 지내는건 아빠가 뭐라 안하겠지?'하면서 조심스레 묻더라는 것이다.

당근이다.

아마 내 선택에서 끝이났다면 늘 조금은 불안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의 선택 이후 우리는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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