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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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나

막내고모 결혼식

안동꿈 2009. 9. 21. 18:09

 아이들의 막내고모가 드디어 시집가는 날이다.

몇 해 동안 부모님 속을 다 썩여 놓더니. 시집가는 것이 이토록 크나큰 효도가 된 예도 드물 것이다. 아버님은 막내 딸을 신랑에게 넘겨주며 사위를 힘껏 껴안는 그 순간부터 식을 마칠때까지 줄곤 눈물을 훔치신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도 자꾸 눈물이 났다.

  

중학교때까지 맨날 1등에, 반장에, 노래나, 그림이나 못하는것 없이 늘 앞서기만 하다가 하나둘 자기보다 앞서는걸 견디지 못했나보다. 그때부터 시작된 방황. 열정과 꿈은 누구보다 많고 컸는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였고, 탕자처럼 부모곁을 떠나 방황하기를 5년여. 무작정 부산에서 가장먼 곳을 찾아간 곳이 인천. 그간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온 식구들의 눈물의 기도, 특히 부모님의 애끓는 기도는 하루도 쉬지 않으셨다. 그저 바른 길을 가기만을 기도하였는데 우리가 감히 바랄 수도 없었던 것을 하나님은 우리에게 응답으로 주셨다. 딸이 한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결론은 없었다. 우리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좋은걸 예비해 놓으시고 그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선물로 주시려고 기다리셨나보다. 믿음의 가정과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잘생긴(고모는 농담삼아 남자가 잘생기든가, 힘이세든가 둘중에 하나는 갖춰야 된다고 조카(우리딸)에게 말도 안되는 세뇌를 시켰다) 청년한테 막내고모가 시집가게 되었다.  

 

우리 큰 딸은 고모부될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우리 고모 어디가 좋아요. 고모부가 훨씬 아까워요. 우리고모 내숭떨어서 그렇지 성질 되게 드러워요' 라고 따라다니며 훼방을 했었다.

 

어쨌든 아버지, 올캐언니, 심지어 축가를 부르는 친구까지 울려놓더니 막내고모는 끝내 눈물 한방울 없이 신랑에게 웃음만 보내며 결혼식을 마쳤다. 신혼여행 어디가냐고 조카들이 그렇게 물었건만 '아프리카 간다' 라고 홍두깨 같은 소리만 하더니, 가게를 아르바이트생들에게만 맡겨놓고 시간도 돈도 넉넉치 않아 국내 어디 잠시 다녀올 모양이다.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