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으로 있는 한 후배가 어느 날 불만을 터트렸다.
팀원들이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할 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일에 집중하다가 인사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조금도 없이 자기들은 할 바를 다 했다는 식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인사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나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아침 저녁 인사.
정말 상대방이 안녕한지 궁금할 사람이 있을까?
인사때마다 마음을 다해 인사하는게 가능할까? 꼭 그래야만 인사의 가치가 있는 걸까?
인사의 형식과 내용의 경계는 어디쯤인가?
눈을 마주치고, 웃음 짓는다고 그게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형식이 아닐까?
서로 출근한 모습, 하루 동안 무사히 잘 마무리 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그것이 인사의 내용 전부가 아닐까?
이미 출근하는 순간과 퇴근 시점에 서로의 안부 내용이 마무리 된다면 인사의 말은 그저 단순한 의식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 거기에 무언가를 더 담을 것을 요구하는게 오히려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오히려 진실은 이게 아닐까?
인사뿐 아니라, 삶의 모든 것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관계에서 이미 결론이 다 나버린다.
서로의 관계가 어긋난 상태에서는 부드러운 웃음도 썩소일 뿐이며, 마주치는 눈도 매서울 따름이다. 거기에 인사에 어울림직한 부드러움을 담으라는 것은 가능한 요구가 아니지 않나? 마음이 없다면 인사도 말아라는 것은 생활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아닐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인사가 자주 소재가 되는 것 같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아주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인사.
오늘은 다소 관념적으로 풀어보았다.
이 변론은 후배를 위한 또한 나를 위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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