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신규 직원 환영회

안동꿈 2009. 9. 26. 11:49

얼마전 신규 임용된 남자 직원이 있다. 신규 직원하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앳된 모습, 초롱초롱한 눈망울, 패기 있는 목소리. 뭐 이러한 모양새가 전혀 아니었다. 35세의 오랜 회사 경력을 가진 신규직원이다. 대우△△에서 몇년간 근무하였으나 45세에 퇴직을 하여야 하는 압박감에 2년간 시험준비를 하여 들어오게 되었단다.

 

종합감사 무사히 마친 기념 및 신규직원 환영회를 갖고자 인근 갈비집에 다들 모였다. 수순에 따라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하였더니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느 학교를 차례로 졸업하였는지, 형제자매가 몇이고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장황한 소개가 끝이 났다. 주무계장님 왈 '정확히 2분 30초다이. 다음부터는 누구든지 멘트가 30초를 넘어가면 가차없이 중단이다이' 오메 신규직원 주늑 들겄네.

 

여직원들 옹기종기 모인 테이블에서는 신규직원의 가족관계가 발단이 되어 옆길로 샌 어떤 이야기가 오갔으니. 

'누나 셋에 남자가 막내로 태어나면 누나들이 다들 예뻐해줘서 철 안든다. 아마 무덤에 누울때나 철든다던데'

'첫째가 아들이고 밑에 여동생들이 있으면 사정이 좀 달라지지'   

'우리 남편은 아직도 철 들려면 멀었다. 다들 안 그렇나?'

      ……

 

오리와 돼지가 처단된 곳에 죄없는 남편들이 여지없이 도마위에 올려졌던 그날 저녁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서른다섯 총각이 들어왔으니 저걸 또 어떻게 짝맞춰 장가 보내나 나이든 어르신들 걱정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