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간고사 시험공부에 고생이 많은 중3 우리집 큰 딸. 밥 먹고 돌아서면 '엄마 간식' 한다. 어제 퇴근길에 트럭에서 팔고 있는 땅콩과 고구마를 넉넉하게 사서 삶았다.
토요일 둘이서 각자의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중, 나의 활동이 좀 산만했던지 딸내미 왈
"엄마가 있으면 집중이 안되고, 엄마가 없으면 공부가 안된다. 엄마가 방에서 자고 있으면 제일 잘된다."
" 안그래도 엄마 도서관 갈려고 했었다"
간식거리로 땅콩과 고구마를 삶아 식탁위에 올려놓고 최근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옆에 새로생긴 도서관을 찾았다. 한달 전에 책을 대출받고자 갔더니 9월 중순에나 책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오늘 간 것이다. 도서관 주변 경관을 잘 가꾸어 놓았고, 책도 새책들로만 구비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1층엔 자동도서반납기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중고생 시험기간이라 종합자료실에까지 학생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둘러봐야 했다. 기분좋게 이책저책 훝어보고 다니던중 '오호 통제라. 이런 일을 저질러 놓다니'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그 고결한 사랑의 언어에 갖다댄 처절한 문법의 잣대.
'존재의 끝과 영원한 영광에 내 영혼 가 닿을 수 있는' 을
'존재의 끝과 영원한 영광에 내 영혼 이 닿을 수 있는' 이라고 볼펜으로 '가'자를 칠하고 위에'이'자로 고쳐놓은게 아닌가.
국어시간에 열심히 공부한 어떤 초등학생이 그랬을까. 참으로 웃지못할 사연이로고. 시는 죽이고 국어는 살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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