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담은 김장김치도 떨어져서 김치를 좀 담아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부터 배추가 생각보다 비쌌다. 좀더 가격이 내려가면 담아봐야지 했더니, 웬걸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배추를 심기로 했다.
어느날 어머니께서 배추 모종을 한 판 사 놓으셨다. 바로 심으려고 했으나 햇빛이 너무 강해서 못 심으셨다고 한다. 지난 토요일 일찍 옥상 텃밭에 올라갔다. 여름내내 양분을 다 빼준 고춧대와 들깻대를 뽑아내었다. 뿌리가 깊이 박혀 자그마한 텃밭이 일렁거릴 정도였다. 가지는 여전히 왕성하게 열매를 매달고 있어서 당분간 두기로하였다. 밭에 풀을 좀 뽑아내고 거름을 주고 골고루 펴고서 호미로 고랑을 내었다. 그리고 배추모종을 빼내어 심고 물을 주고 흙을 덮었다. 그리고 남은 공간엔 파씨도 심었다. 다 심고나서 또 물을 듬뿍 주었다.
요즘 갑자기 날씨가 많이 차가워져서 배추가 얼까봐 물주는 시기도 잘 조절하여 줘야한다. 해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 준 물은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려 배추에 치명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을 정리하여 배추모종은 내가 심었지만, 물을 챙겨주는 건 남편에게 맡겼다. 오늘 아침에도 나오면서 '여보, 배추 물줘야 해요' 하면서 왔는데, 워낙 귀한 배추라 남편보다 더 챙겨지는건 어쩔 수 없는 이치.
호박이 여름내내 열매를 못 맺더니, 우리집 호박은 대기만성형. 또 하나의 열매를 매달더니 자꾸만 커진다. 그것도 누래지도록 그냥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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