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안팎의 바쁜 일로 블로그를 돌아보지 못한 채 하루이틀 지나갔다. 그나마 하루이틀 지나는 동안에는 몇 가지 소재가 머리에 떠오르기도 하고 끄적이던 글을 임시저장함에 넣어두기도 하였는데, 그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그 침묵의 무게가 만만찮아졌다. 그것은 내가 만든 것이지만 내가 쉽게 깰 수 없는 것이었다. 성급하게 포스팅을 하려고 마음 먹을수록 더 조잡한 글이 되고 만다.
글쓰기는 굉장히 논리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치밀한 여정을 밟아가는 일은 몹시도 고되다. 그것이 귀찮아서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그만 글이 허접해지고 만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의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더 집중하여 머리와 마음을 짰어야 하는데 하지 못하여 빈틈이 보이는 곳이 어디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것 같다.
우수블로거들이 어떻게 매일 저렇게 왕성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쩌면 일상의 삶을 글쓰기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것이 습관이된 사람들에게는 삶 자체가 글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통해 삶이 몸에 부딪힘과 동시에 글쓰기라는 렌즈를 통해 마음은 결론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 반복된 작업은 더 생산적이고 매끄러운 결론을 도출해 내며, 주변의 모든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종합하는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그래서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하여 글을 쓰는 일은 아주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일정 시간동안 글을 쓰지 않은채 지나간 후 어느 시점부터는 사물을 보거나 사건을 만났을때 마음으로 느끼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낀다. 더욱이 그걸 글과 연결시키는 기능은 도태되어 버리는 것 같다. 우리 몸은 어떤 기술을 익힌 후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데 우리 마음은 좀 다른 것 같다. 글이 흐르도록 만들어진 작은 도랑은 사용하지 않은 채 두면 곧바로 메워져 버리고 그 도랑을 다시 파는 일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직장에서 부서 이동은 없었지만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마음의 여유는 더 없어졌다. 그러나 일단 투박한 돌맹이라도 하나 던져 그 침묵을 깬 후에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포스팅을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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