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오래된 동료이자 친구가 올해 초 갑자기 남편따라 프라하에 3년간 가게되어 휴직을 신청한다고 하였다. 살고 있는 집을 전세내고, 중 3인 아들 학교를 정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던 어느날 복도에서 긴 포옹을 나누고 떠났다.
잘 살고 있는지 가끔 궁금해도 언제나 바쁜 일상은 서둘러 그 생각을 접게하곤 했다. 오늘 우연히 관심없는 메일들이 날마다 쏟아져 잘 열어보지 않는 메일함을 열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라하에서 원식맘이야' 라는 제목의 편지가 와 있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옮겨본다.
프라하 원식맘이야
정숙 이메일 주소를 몰라서 전화해 볼까 했는데 이름을 넣으니 되네
잘 지내고 있지? 정화는 아직 치료중이지?
난 무지 잘있어. 아프던 목도 쉬니까 좀 나아졌고.
여기와서 처음해보는 거도 있어. 김치담기, 잡채만들기, 마늘까기, 오븐사용하기 등
보통 아줌마들이 늘 하는데 난 안해 봤던거
영어공부, 피아노치기, 자전거타기도 매일 일과지
물론 어느하나 잘하는건 없고 ㅋㅋ
사무실, 교회일로 늘 바쁘게 동동그리는 정숙 모습이 떠올라
여전하지?
여기서는 수정씨라고 나를 부르는 사람은 없어. 다들 원식엄마라고 불러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나름 괜챦네
쉬면서 좋은 건 무엇보다 다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됐다는 거
근데 사춘기 아들이랑 오랜시간 함께 있는 게 좀 힘드네
또 소식 전할게
p.s. 자연풍경을 보며 소름이 돋는 걸 느꼈어.
2주전 오스트리아 좔츠가마구트에서
사진보낼게. 물론 사진으로는 그 감동을 전하기가 좀 어려워
프라하 원식맘에게
우리 통합메일에도 이렇게 반가운 편지가 올 수 있는거야?
그리고 프라하가 이렇게 가까운 거야?
사진이 너무 낭만적이다. 러브스토리 생각나네...
한국에서 똑똑한 아들, 프라하에서도 여전하지.
김치 담그기, 오븐사용하기, 자전거타기, 피아노치기...
우리 워킹맘들이 늘 꿈꾸는 모습이잖아
몸도 건강하고, 평안히 지낸다는 소식 반갑고 고맙다.
어디에 있든지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뭔가를 하고 있을 네 모습이 생생하다.
여기는 모두 여전해
아마 수정씨 머리속에 들어있는 풍경 그대로 일거야.
정화씨도 치료중에 있지만 여전히 밝게 생활하고 있어.
나 요즘 유연근무제 신청해서 1시간 일찍 집에가고 있어.
용감한 일 했지.
자기가 밟는 세상만큼 마음의 넓이도 넓어진다는 생각이든다.
프라하,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데,
거기 있는 너는 어떻겠니.
마음이 너무 커버려서 나중에 못 알아보게 하지는 마. ㅎㅎ
잘 지내고 또 소식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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