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근무지를 옮긴 친구를 위로하고자 갑자기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자칭타칭 총무인 생일이 가장 늦은 친구가 부산대 앞 '그랑셰프' 라는 레스토랑을 물색하여 모임장소로 정해왔다.
늘 직장 근처 식당에서
"정식요."
한마디면 두말 않고 편안하게 식사하는 것이 몸에 벤 우리 직딩들은 이런 레스토랑에서 여러 페이지를 차지하는 메뉴판을 들고 고민하는 것이 무척 곤혹스럽다. 한참 시간을 끌던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추천메뉴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처럼 서양 요리에 대해 단순 무식한 사람들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아니, 어찌 서양요리를 잘 주문할 줄 모른다고 무식한 자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영혼을 살찌우고 지식을 몸에 채워넣고 경제를 살리는 일에 몰두하며 살다보면 이런 먹는 것에 대한 교양은 다소 미흡할 수도 있는 법.
그런 서민들의 애환에도 마음을 쓸 줄아는 주인장의 배려로 우리는 주문하러 온 아가씨에게 큰 고민않고 추천메뉴판을 들어 보이며 간단히 주문을 끝냈다.
"이거 다 주세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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