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음악시간이 좋았다.
일주일에 한두시간 있을까말까 했던 음악시간을 나는 몹시 기다렸다.
음악선생님은 나이 지긋한 그러나 멋있는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반곱슬인 머리카락은 언제나 잘 정돈되어 있어서 고전파 음악가들을 생각나게 했다.
음악선생님은 시골뜨기 우리들을 보고 늘 '촌놈들' 이라고 놀렸다.
그래도 나는 음악시간이 좋았다.
음악시간에 처음 배우는 노래들은 어느것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중에 한 곡은 '동무생각'이었다.
중학생이 되면 철없던 초딩들의 우정과는 다른 우정을 꿈꿨다.
이 노래는 우리들의 이런 막연한 꿈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여...'
이 노래가 우리들의 배에 깔리면 여전히 촌스러운 내 친구는 조금 더 고상해 보이곤했다.
지금도 나는 야외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생기면 이 노래를 부를 때가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고상한 가곡은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고 만다.
나 혼자만 감상에 젖어 청라언덕에 고고하게 서서 열창하다가 돌아오곤 한다.
그리고 또 한 곡이 '목장의 노래'인데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서 불어오던 어느 봄날 오후로 기억된다.
경쾌한 리듬, 수채화 같은 가사...
가사 하나하나가 눈앞에 그려내는 목장 풍경은 나를 살살 녹아버렸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양떼들 풀파도 언덕을 넘는다...'
'풀파도'라는 말이 향긋하고 달콤했다.
그후 세월의 구비구비에서 이 노래는 생각났고, 그 달콤한 행복도 같이 머물다 가곤했다.
나는 소망한다.
우리의 아이들도 이런 노래에 가슴이 뛰게 되기를
세월의 구비구비에서 생각나는 노래가 이런 노래이기를...
아직 몰랑몰랑한 심장에 와닿는 낱말이
'청라언덕, 풀파도, 대지의 자장가...' 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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