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쿠키, 단호박
오늘 저녁 메뉴로 달라고?
아니, 그거 먹고싶다고 간식으로...저녁은 밥 먹어야지
그래. 챙겨줄께. 집에는 몇 시에 도착해?"
조용한 오후의 사무실,
갑자기 책상위에 올려둔 폰이 드르륵 거리며 큰 딸에게서 문자가 도착한다.
이 무슨 뜬금없는 음식이름들인가.
요즘 큰 딸에게서 듣는 말의 대부분은 밥, ○(화장실에서 이루어지는 큰 일)이다.
"엄마 밥줘."
.
"엄마, 나 ○ 누고 올께."
아니, 예전부터 큰 딸에게서 나오는 말은 항상 저수준이었다.
며칠 전에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 있었다.
일요일 저녁,
딸이 밥 언제 먹을거냐고 묻길래 대충 있는 반찬으로 챙겨서 먹을 생각으로
"20분 후에 먹자." 그랬는데
저녁 준비하면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할 일도 많지 않겠다 싶어 별 생각없이 몇가지 요리를 더시작했더니 딸과 약속한 시간의 두 배는 지나 있었다. 일단 딸을 불러놓고 요리를 마무리하였더니 식탁에 앉아서도 기다리고, 먹기전에 아빠가 오랜만에 함께 식탁을 같이하니 대표기도하시겠다고 해서 기도까지 마치고 나서 눈을 떴는데 글쎄 큰 딸이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억울함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큰 딸이 하는 말
"밥이 늦게되면 늦는다고 얘기를 해줘야지. 배고파 죽겠는데, 일찍 준다고 해놓고..."
옆에서 지켜보던 작은 딸 언니를 보는 표정이 완전 멘붕...
그 일 이후 우리는 웃을 일이 필요하면 그 일을 떠올린다.
'언니 시집갈때 남자친구 데려오면 저거 꼭 얘기해줘야 한다.
밥 제때 안챙겨주면 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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