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60년대생 친정엄마들

안동꿈 2013. 2. 12. 21:48

사무실에서 옆에 있는 새댁은 갓 임신을 했다.

" 보통 애기 생기면 친정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먹고 싶다던데..."

했더니

" 우리 엄마는 제 결혼하고 한번도 반찬 안해줬어요. 완전 개인주의자에요."

 한다.

 

또 다른 새댁은 설날에 만났길래, '친정 안가냐'고 물었더니

" 아이 참, 묻지마세요. 엄마가 친구들과 운동가기로 했다고 사위오면 불편하니 오지마라고 했어요. 정말 너무해요."

 

이 특이한 친정 엄마들은 둘 다 1962년생이라고 한다.

아, 물론 이 두가지 예를 가지고 60년대생 친정엄마들이 다들 이렇다고 말하려는건 아니다. 그러나 내게 있어 이 두 친정엄마들의 딸과 사위에 대한 용감한(?) 태도에 무척 놀랐다는 것이다.

 

나도 60년대생이다. 같은 386세대였다.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오히려 더 가까운 70년대생과는 통하지 않는 많은 부분들을 서로 공감하며 산다고 느낀다.

 

그러나 아직 내 마음속엔 친정 엄마라면 시집간 딸에게 철마다 김치 담아주고 평소 좋아하는 밑반찬 켜켜히 담아서 퇴근길에 들렀다 가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는 귀한 사위와 딸을 위해 며칠 고민하여 맛있는 상을 차리고, 함께 모이기를 학수고대해야 넉넉한 친정엄마 같은데...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걸까.

아니, 나도 딸 일찌감치 시집 보내놓고 나면 이제 해방이다 싶어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얼마만에 누리는 연휴냐'며 명절에도 자유를 부르짖을지도 모를 일이다.

 

65년생 우리 계장님, 이 얘기를 들려줬더니

'나는 아들만 둘이니, 며느리들 명절에 오지말라하면 얼씨구 더 좋아할꺼고

해외여행 계획이나 미리 짜둬야겠다'고 하신다.

 

이래저래 나만 시대에 뒤떨어진 중늙은이 신세임을 더 절실히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