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성숙한 사람은 과정을 말하지 않는다.

안동꿈 2013. 1. 7. 07:30

최근 직장내에 조직개편과 함께 인사이동이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나는 동일한 업무를 가지고 새로 조직된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변화를 싫어하는 마음과 변화를 원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결정이 된 순간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 계에는 또 다른 새로운 업무가 조직되고 그 업무를 하고 있던 직원이 오게 되어 계원은 달랑 두 명이다. 그런데 그 직원 업무중에 연중 가장 큰 행사를  일 주일 후에 하게 된 것이다,

 

계 직원이 둘 뿐이니 둘이서 매달려도 모자라는 판이었다. 계장님, 과장님까지 매달려 밤 늦게까지 준비하는 실정이었다. 

 

문제는 내 업무도 작년 추진한 사업에 대한 정산과 성과보고를 취합하여 보고해야하는 시점이 그 행사 바로 뒷날이 기한이다. 나는 조용히 혼자서 처리해야하는 업무이고 동료의 업무는 여러 명이 함께 매달려 추진해야하는 업무이다. 동료의 행사가 먼저이니 급한 불 먼저 끈다고 나의 일은 손도 못대는 형편이었다.

 

불평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드러낼 수가 없었다. 

이제 마흔도 중반을 넘어선 어른이 되고 보니 이제서야 보이는 진실 하나...

'불평 한다고 누가 알아주며, 또 누가 알아준다고 별 수 있으랴.' 라는 것.

불평하는 사람을 누가 좋게 볼 것이며, 그저 지혜롭지 못하다는 평가만 받을 뿐일 것이다.

 

단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힘들더라도 동료의 일을 함께 끝내고 내 일은 그 후에 밤을 세워서라도 처리하든지, 동료의 일은 냉정하게 선을 긋고 최소한으로 도와주고 내 일을 처리하든지...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반응과 정신적인 갈등은 스스로 컨트롤 하는것 그것 밖에 없었다.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 과정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정을 구구절절이 이야기하는 것은 철없던 때나 하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직장생활에서 그 과정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누가 남의 사정을 다 알아주랴.

'저 직원이 이러저러 함에도 불구하고 저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결과만 볼 뿐이다. 사람들은 보여지는 대로 볼 뿐 애써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것이 올바른 모습이 아니며 여유있는 삶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자신의 처지일 때는 떠벌리지 않고 최소한으로 행동하고 그것이 남의 상황이 될 때에는 마음을 귀울일 수 있다면 성숙한 어른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 성숙하게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