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주말농장의 배추와 열무

안동꿈 2013. 10. 13. 22:41

한 달 전,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후배가 소개한 좋은 땅이 있어 배추와 열무를 심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주말농장 하려느냐고 물었지만, 피곤하여 고사하였는데, 이번 땅은 워낙 좋은 곳이라 힘들 것 없다며 꼭 하라고 한다.  밭에 골을 타서 거름도 주었고, 비닐을 덮어 구멍까지 내어 놓았다고 꼭 하라고 한다. 아무한테나 주는게 아니고 자기가 특별히 부탁하여 얻어논 거라고 한다.

 

가보니 정말 볕 잘 드는 비옥하고 넓은 밭이었다. 거기에 우리 몫은 반고랑 정도였다. 그 정도면 배추 일흔 포기는 충분히 심을 수 있었다. 남편과 같이 배추모종과 열무씨를 사서 잠시 심고 물을 주고 돌아왔다.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여느해 보다 벌레가 많아 농약을 꼭 치라' 는 모종 살때 가게 주인이 일러준 대로 일주일 후 농약을 치러갔더니 배추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 주간에 몹시 가물어 사무실이 가까운 후배가 물을 챙겨 주었다고 한다.

그 후론 일주일 마다 많은 비가 내려서 자주 가지 않았고 짬짬이 후배가 보내준 카톡으로 배추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배추 심은지 한 달 정도 되는 듯 싶다. 열무를 좀 솎아줘야 될 것 같아 남편과 같이 저녁녘에 찾아갔다. 그랬더니 배추는 저리 늠름하게 자랐고, 열무는 좁은 공간에 서로 자리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열무는 서로 잎이 엉켜 솎아내는 일도 쉽지 않아 대충 조금만 뽑아서 돌아왔다. 이제 적당한 때 배추를 묶어주어서 속이 차기만 하면 올 김장용 배추 완성이다.

 

 

고마운 후배, 고마운 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