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손이 거친 여자

안동꿈 2013. 12. 2. 15:37

평일, 직장에 출근하는 동안에는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으면 딱히 손이 거칠어질 일이 없는데 주말 이틀간의 치열한 살림살이에 내 손은 다시 거칠어지고 만다. 주말에는 쉴 틈없이 손에 물을 묻혀야 되니 핸드크림을 바를 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살이 거의 없고 뼈마디가 굵어 거칠기 그지 없는 내 손은 겨울이면 더욱 심해진다.

 

 

 

손에 대한 작은 기억들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생 임원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그날 따라 나는 제일 앞자리에 앉았는데, 사회자인 학생회장의 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손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손톱은 짧게 정리가 되었고 손은 남자다웠지만 희고 깔끔했다. 그 시절 시골 동네는 아이들도 농사 일, 집안 일로 혹은 골목에서 지저분한 것 만지면서 노느라 손이 깨끗한 아이들이 별로 없는데 그때 본 그 선배의 손은 너무 깨끗하고 단정해서 큰 감동(?)을 받았고 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또 하나의 기억은

고등학생 때, 엄마와 같이 복잡한 시외버스를 타고 시내 자취방으로 가고 있었다. 만원 버스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는 거친 내 손이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의 손과 나란히 놓이게 되었고, 뒤에 서 있던 엄마는 내게 눈짓으로 거친 내손에 대해 안타까워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 손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었지만 딸의 거친 손이 무척 마음 아프셨나보다. 그땐 안동의 차가운 칼바람에 늘 겨울이면 손에 동상이 걸려 있던 때라 지금보다 훨씬 손 상태가 심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악수할 일이 자주 있는데, 웬만한 남자들의 손이 다들 나의 손보다 부드럽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사람의 손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해준다고들 한다. 나는 아직 거친 손이 훈장이 될 만큼 큰 일을 이루어 놓은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니 될 수 있는 한 손을 부드럽게 관리하여 악수하는 사람에게라도 기분 좋게 해주는 일이 선한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