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팥죽을 끓이고

안동꿈 2015. 12. 22. 21:08

나는 팥죽을 무척 좋아한다.

달력에서 '동지'라는 글자만 보아도 마음이 들뜬다. 거기에는 넉넉함과 풍성함과 구수함과 따뜻함그리고 어머니... 모든 좋은 것이 다 들어 있다. 어릴 적 별미를 그리워하는 기성세대들에겐 누구나 그렇겠지만 평소 겨우 끼니나 때우던 식탁에서 명절이나 절기에 먹게 되는 별미는 여간 맛난 기억이 아니다. 

 

 

팥죽이 그렇고, 오곡밥과 나물이 그렇고, 송편과 떡국이 그렇다. 요즘은 절기가 아니어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아무 때나 돈주고 한 그릇 사 먹는 음식에는 고향의 그 추억 맛이 안나니 문제다.

 

 

이번 동지에는 나를 위한 호사를 누렸다. 동지 전날 밤에 팥죽을 끓였다. 몇 년 전 팥 껍질을 거른다고 온 부엌을 어지럽혔던 기억을 떠올리며 친구에게서 얻은 팁, 팥을 믹서에 갈아서 간편하게 팥죽을 쑤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냄비에 한 냄비를 끓여 시어머니께 한 통, 직장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한 통씩 챙겼다.  

 

누군가에게 추억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어떤 음식은 온갖 고급요리로 물든 입맛이라도 결코 외면받지 않는다. 내게 있어 팥죽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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