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삭막한 대지 위에 감동을 피워 올리는 목련을 선두로, 화려한 봄꽃들이 우리를 숨막히게 했던 3월과 4월을 지내왔다. 진달래, 개나리, 매화와 벚꽃들의 낙화 뒤로 이제 화려한 철쭉이 우리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나는 남몰래 꽃 피기를 기다리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이팝나무다. 봄의 전령들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청초한 초록 이파리 위에 하얀 쌀밥처럼 꽃을 피우면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여느 꽃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화려하게 들이댈 때, 이팝나무는 그 하얀 꽃을 자신의 이파리 위에 남몰래 얹어 놓곤 한다.
여느 꽃들이 숯한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환호를 받을 때 이팝나무는 그 아름다움을 발견한 소수에 의해 칭송을 받는다.
출근길 버스안에서 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 옆을 스쳐간 하얗게 꽃 피운 이팝나무들. 그새 피었구나.
봄은 기온만으로 느끼는 건 아니다. 봄의 이름으로 피는 꽃이 있는 한 그건 봄이다. 비록 겨울 같이 추워도, 비록 여름 같이 더울 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소담스런 이팝나무 하얀꽃만으로도 온통 삶이 봄인 이들이 있다.
시절을 따라 변하는 자연은 그저 성실히 자기 길을 가는데 주위는 그것으로 소망을 품는다. 그게 자연이고, 그게 생명의 특성인 것 같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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