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직장 후배와 서동 미로시장에 가서 판다짬뽕을 먹었습니다. 후배가 오래전부터 얘기했었고 주위 사람들도 적극 추천한 식당이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우리가 먹은 메뉴는 차돌짬뽕밥으로 제가 먹어 본 짬뽕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후배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저에게는 추억 가득한 서동 시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서동 미로시장은 최근 정부 지원으로 시설개선을 추진했지만, 제가 삼십 년 전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던 시장의 골목의 형태나 가게의 위치 등이 거의 변함이 없었습니다. 후배는 그야말로 미로같은 시장안에 들어서니, 나중에 돌아갈 때 길을 못 찾을 것 같다고 꼭 주차장까지 데려다 줘야한다고 다짐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서동은 친정 고향마을이 댐건설로 수몰될 때 가족들이 이사와서 처음 정착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저의 결혼 전 이십대를 다 보냈습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아버지가 주신 시장비를 들고 서동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한정된 돈으로 최대한 여러가지 찬거리 재료들을 삽니다. 물건을 살때마다 늘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얼마치부터 팔아요' 였습니다. 그리고 늘 가던 가게에 들르기 때문에 시장 아주머니께서도 매일같이 장 보러오는 어린 딸내미에게 넉넉하게 챙겨주곤 했었습니다. 항상 마음 졸이는 시장보기가 반복되다보니 가끔씩 아버지께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생선이라도 한마리 사려면 이 돈으로 살 수 있냐'고. 그러면 아버지께서 천원 지폐 한 장 더 얹어 주셨고, 그걸로는 저렴한 고등어 밖에 살 수 없어 고등어 조림이나 구이를 자주 해먹었습니다.
이젠 그 모든 일들이 추억이 되었네요. 옛날 생각하며 몇 가지 장을 봐서 돌아왔습니다. 재래시장에서는 늘 기대치보다 풍성함을 안겨주는 곳이고,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마트에서 장보기와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가 두 곳이 있는데 재래시장과 도서관입니다. 저는 아마 제 손으로 살림을 하는 한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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