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육체와 정신의 바통터치

안동꿈 2019. 10. 20. 21:04

모처럼 쉬게 된 토요일인데 마음이 착 가라앉고 도통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평소에는 없는 시간도 쪼개어 두 세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며 시간 정복자의 쾌재를 부르기도 했었다. 자꾸만 이불 위에 몸을 뉘었다가 의지로 일어났지만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하고 다시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했다. 요즘 산뜻한 글 한편 생산해내지 못해서일까? 사무실에 일들이 말끔하게 끝나지 않은 이유일까? 요즘 부쩍심해진 목의 통증이 큰 병은 아닐까하는 두려움 때문인가? 그렇다면 하나씩 부딪혀서 증거를 찾아보자고 임시저장함 최근 글을 열어서 무조건 써내려갔다. 하필 무거운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소설이라 쉽게 씌어지지 않던 독후감이었다. 자꾸 생각을 반복하며 불면증에 몸을 뒤척이듯 생각을 뒤척였더니 마음은 더 지치고 무거워졌다. 


시간의 뒤꽁무니를 잡고 질질 끌려가다가 시간의 호통에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켜 시장에 갔다. 교회 청소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다음날 교회 점심준비를 하며 몸을 움직였다. 몸의 리듬감은 없지만 평소대로 그럭저럭 움직여졌다. 

영혼은 육체가 최선을 다해 달려서 자신에게 바통을 넘겨줄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몸에 고열이 난다든가 크게 다쳤을 때가 아닌 이상 우리를 가라앉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정신의 까닭이다. 그럴때 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육체를 일으켜 먼저 달려나가도록 독려해야 한다. 육체가 코스를 한바퀴 돌아 정신에게 바통을 넘겨줄때에는 정신은 전의를 가다듬고 달려갈 준비를 한다. 정신이 늘 선임이라고 먼저 뛰게 하기 위해 마냥 기다려서는 안된다. 

이것이 이번 토요일 내가 깨달은 작은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