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오늘도 오전 6시에 투석 가실 어머님께 전화드리고, 여느 때 같으면 다시 누워서 일주일간 시달린 심신을 쉬게 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베개를 부여잡고 있었을텐데 오늘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선거사무를 앞두고 업무 편람들을 잔뜩 싸들고 왔고 주말 동안 숙지해야 한다.
할 일은 마음을 긴장시키고 몸의 근육들을 탄력있게 한다. 교회 예배당에 내려가 '매일성경'을 소리내어 읽고 평소 급히 해치우던 아침 기도도 차분히 지난 일들을 회개하고 또 간구도 아뢴다. 집으로 올라와 몇 가지 지침들을 읽고 잠시 숨을 돌려 샌드위치를 준비하고 스트레칭도 일찌감치 해치웠다. 하지 않으면 안 될 큰 덩이의 일은 작은 일들을 빨리빨리 해치우게 하여 시간을 확보하게 만든다. 뇌의 이러한 역할은 내가 아닌 어떤 충실한 비서 같아 가끔 대견하기도 하다.
내가 직원땐 팀장은 총괄만 하고 실질적인 선거 사무는 직원이 했다. 지금은 선거업무 분장이 팀장에게 되어 있고, 직원이 서기로 역할분담이 되어 있긴하지만 팀장 스타일에 따라 대부분의 업무를 팀장이 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실에서는 지침을 읽어도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요즘은 아예 책가방을 따로 마련하여 집에 싸들고 온다.
직원들을 어떻게 통솔하여 전체적인 일정을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모든 세부 업무들을 어떻게 규정에 맞게 오류없이 처리하며 직원들에게 할당할 것인가. 선거 경비는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차질없이 집행할 것인가.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지침을 읽고 또 읽어 숙지하는 일이다. 주말동안 숙지한 후 본격적인 선거사무를 시작하기 전에 직원들에게 일정을 공지하고 대략의 업무를 설명하고 임해야 할 자세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거의 중요성이라고 하면 정치인에게 선거의 당락으로서만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누군가에게는 다른 측면의 엄중하고 중요한 과제가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