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정류소 옆 언덕에는 장미나무와 찔레나무가 나란히 있다.
장미에 비해 하얀 찔레꽃잎은 볼품은 없지만 촌놈인 나에게는 무척 정겹게 여겨진다. 어릴적 시골의 5월은 온 지천이 상큼한 찔레꽃 향기로 가득하다.
우리들은 찔레나무 옆을 지날때마다 늘 꽃잎을 따먹었다. 또한 찔레대는 우리들의 주요 간식거리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어릴적 추억말고도 최근에 생긴 찔레꽃 추억이 하나 더 있다.
몇 년 전 직장 동료들과 문경 통영을 둘러오는 여행을 다녀왔다. 문경에서 동심에 젖어 나란히 줄지어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문득 철길 옆에 피어난 찔레꽃을 보고 나는 그만 감정에 겨워 예고도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
업무에서 벗어난 자유를 산들바람에 날리며 노래 한소절을 부르고 나니 마침내 진정한 자유여행이 되었다. 부끄러움도 잊고 불러제낀 노래에 앞뒤로 같이 타고가던 직장 동료들이 호응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나에게서 어떤 슬픈 사연이라도 들을 요량으로 노래를 마친 나에게 한 마디씩 하기도 했었다.
5월이 지나간다.
장미도 화려했던 모습을 하나씩 떨구고 있다.
새로운 계절, 새로운 풍경...
늘 반복되는 계절인듯 하나 우리가 변하는 만큼 풍경이 변한다. 눈이 희미해졌다고 마음마저 희미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