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10일간 계속되는 감사. '감사는 감~사히 받으면 된다'고 쉽게들 얘기하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건만 파헤치고 뒤져보면 몰라서 혹은 실수로 저질러 놓은 일들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요구하는 자료를 밤낮으로 만들어내랴, 현장 사진 찍어 갖다주랴 바쁜중에 청사 현관에 한가득 실어다 놓은 국화와 가을을 발견하다.
서류봉투를 옆에다 내려놓고 냄새부터 맡았다. 국화에다 코를 빠뜨리고 가을을 들이마신다. 그러나 가을을 느끼고 싶은 한 여인의 지극한 소망을 그의 육신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으니 그 몰골은 마치 밭매는 시골 아낙네 같기도 하고, 급한 용무를 보는 자세 같기도 하여라.
가을은 진작부터 왔다고 느끼고 있었다. 퇴근길 지하도를 걸어 올라 오노라면 등뒤에 붉은 기운이 느껴지는 저녁하늘의 노을이 그랬고, 남편과 함께한 저녁 산책로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코스모스들이 그랬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아아아 아아아 가을 인가봐!
중학교 음악시간에 이 가곡을 배울 때는 참 재미없는 노래 같았는데, 지금 어떤 미사어구보다 이 '아~'에 베어 있는 진한 가을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베어드는건 나이탓이라고 밖에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일까.
가을을 조금 누린다고 시간이 멈추랴, 병이 날까, 지구가 멈춰서랴.
그냥 조금만 느끼다 가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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