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직장에 하루 연가 신청하고, 중3인 큰 딸 2학기 기말고사 시험치는 첫날에 우리부부는 아침 일곱시 출발, 저녁 10시 도착 예정의 전북 순창군에 있는 강천산 단풍놀이를 강행했다. 10시에, 혹시나 하여 진동 앤드 벨소리를 요란하게 해논 나의 핸드폰을 마구 흔들어댄 사람은 생전 처음 통화하는 큰 딸 담임선생님. 큰 애가 열이 38도라서 시험치지 말고 집에 돌려 보내려고 하니, 딸은 시험치겠다고 하고, 보건선생님도 호흡기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서 신종 플루는 아닌것 같다면서 시험을 치라고 했다며, 부모님의 의향을 묻는단다. 크게 틀어논 음악소리에 당황도 되고 딸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애가 지금 집으로 돌아와도 무대책인 일을. 무자비 할런지 모르지만 시험치고 오는게 좋을 것 같다 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머리속으로는 3시간여 달려온 길을 지금 돌아갈 방법이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앞 좌석에 앉아 이 여행을 인솔하는 남편에게 고통을 다소 전가할 의향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까지 정황을 보고 이 어미를 비난할 분이 많으리라. 그러나 나는 이 상황이야말로 상황윤리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가를 절감하게 하였다. 바쁜 직장생활과 아이의 기말시험 기간에 왜 단풍놀이를 갈 수밖에 없는가를 여기서 굳이 밝히지는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만 밝혀둔다.
그후 집에 돌아온 아이를 통해 몸은 괜찮고,'선생님은 별것도 아닌걸 왜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해가지고'라며, 시큰둥한 대답을 듣는것으로 모든 일은 상황종료 되었고, 평생에 단풍놀이라고는 다녀보질 못하는 이 못난 어미의 특별한 단풍놀이에 대한 면죄부를 몇 시간의 극심한 고통으로 대신하며 남은 단풍 놀이를 신나게 다녀왔다는 그냥 웃어버릴 수만은 없는 사연을 굳이 길게 풀어놓는다.
요즘 내장산보다 더 좋아들하는 강천산 단풍 잠시 구경하셔요.
강천산 가는길에 담양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어도 구경했습니다.
강천산 단풍
죽녹원
메타세콰이어
사람들이 걷는 이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운 길로서 맨발로 다닐 수 있는 길이다. 나와 함께간 몇 분은 이길을 전부 맨발로 걸어 보았다. 다음날 아침이 가쁜하고, 상쾌한 이유가 이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강천산 단풍
강천산 단풍
강천산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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