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녁, 식탁에 함께 앉은 딸들에게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하였다. 중3과 초등 6학년이니 이젠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할 나이도 된 것 같았다. 요즘 초등 6학년 딸은 한창 사춘기의 골목길을 쏘다니는 듯하다. 마치 천방지축 앞도 살피지 않고 쏘다니다가 전봇대에도 부딪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부딪치듯이...
'어떤 사람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최선을 다하여 존경받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길렀는데, 이 자녀가 망나니처럼 나쁜 짓만 하여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한다고 할 때 세상은 이 자녀의 부모를 탓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삶을 아무리 성실히 살았고 훌륭히 되었어도, 자녀 때문에 그는 지탄을 받아야 한단다. 그것이 부모라는 거다'
딸들이 아무 말없이 듣고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이런 예화를 만들어서 나는 왜 아이들 앞에서 나를 변호하고 싶었을까. 요즘 어머니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걸 깨달아서 일까.
힘이 들수록 진정한 어머니가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되는 것은 날마다 기도하는 삶일 것이다. 오늘 새벽에는 기도중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오늘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활짝 웃어주자.'
어머니로 사는 것은
아이에게 불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내가 잘못한 일이 무엇인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내가 옳지 못한 생각이나 행동을 한 일이 있는가를. 그러므로 어머니로 산다는건 끝없이 순결하고 거룩한 삶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타락하여도 혼자의 몫이 아닌 자식의 삶도 함께 살아야 하는 어머니는 늘 숭고할 수 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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