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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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강가 단상

끼어들기에 대해 - 자동차 그리고 말(言)

안동꿈 2009. 12. 14. 12:38

요즘 자동차는 많은데 비해 길은 좁아 운전중 도로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이 끼어들기일 것이다. 저는 운전을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운전중 끼어들기는 매너없는 모습이라기 보다 그 상황에서 운전자의 태도에 따라 공식화된 자동차 운전 방법중의 하나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끼어들기를 당했을 때 특별히 바쁜 상황이거나, 운전중 길을 잘못 들어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 등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너그럽게 봐줄 만한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끼어들면서 보인 상대 운전자의 예의바른 태도는 오히려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보다 더 흐뭇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 그건 극히 드문 일이겠지만.

 

요즘 생활 템포가 빨라지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자동차 끼어들기와는 비교도 안되는 비(?)매너 현상이 '말 끼어들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소수 성품이 여유롭고, 교양을 갖춘 사람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예전보다 더 빈번히 얘기중에 끼어들기 당하거나 끼어들기를 하는 정도가 늘었다고 느껴진다.

 

나도 보통 사람인지라 얘기도중 끼어들기도 해 보았고, 그보다 더 자주 끼어들기를 당해 보았다. 사람마다 자신있는 정보 분야가 다르니, 얘기도중 자신있는 분야가 나오면 다른 사람이 얘기도중 기다리지 못하고 끼어들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끼어들기를 한 두번 하다보면 끼어들기 하지 않으면 저 분야는 잘 모르는가보다 라고 무시당하기 싫어 조금 알고 있는 것으로 허풍을 부리며 끼어들게 되기도 하는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모임이 한두개 더 있을 것이고, 직장인이 아니라도 동창모임, 자녀들 엄마모임 등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서너개 이상은 있을 것이다. 그 모임마다 늘 얘기를 혼자서 거의 다하고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여 끼어드는 사람들이 꼭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성격이 활달하여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임이 파하여 돌아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사람이 좋은 인상이 남겨지는 것 같지는 않다.

 

얘기도중 끼어드는 사람들은 남들은 잘 모르고 자신만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기주의자'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그가 아무리 놀랄만한 정보를 내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그의 인격이 그 모든 것을 덮어 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정보의 출처는 기억 못하지만 그의 상처난 인격은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요즘 다른 사람들의 말 끼어들기를 통하여 드러난 인격의 연약함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나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마다 얘기의 목적보다 끼어들기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수시로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부지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결심을 통하여 습관으로, 그리하여 인격으로 연마되기를 훈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