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새해소망을 생각하다

안동꿈 2009. 12. 27. 22:39

아이들이 어릴 때, '찰리브라운'이라는 비디오를 시리즈로 사서 즐겨 보았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몇가지 이야기중 찰리브라운이 12월 마지막날 내년의 계획을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첫째, 나의 개 스누피의 밥을 잊지 않고 잘 챙겨준다, 둘째, 설탕을 통에 옮겨 담을 때 흘리지 않게 하여 개미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한다...등'으로 기억된다. 비록 자기가 기르는 개, 스누피보다도 멍청한 짓으로 가끔 우리들을 안타깝게 하긴 했지만 그런 소박한 새해 소망들을 들으면서 잔잔한 행복을 맛본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제 마흔의 나이(내나이 별로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글을 쓰려고 하면 이 주책없는 나이타령이 자꾸만 불쑥불쑥 나타나니. 참 고질병인지), 결혼한지 16년, 아이들은 자라 어느덧 청소년. 삶을 집 짓는 것에 비유한다면 마흔의 나이엔 집이 거의 다 지어져서 큰 가구들이 제자리에 들어서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 십대나 이십대는 아직 한창 몸이 성장하는것과 비례하여 수시로 꿈을 꿀 때 인 것 같다. 집을 지었다가 허물기도하고, 멋진 가구 먼저 샀다가 이건 아니라며 되물리기도 할 그런 시기. 그러나 크든 작든 이제 집이 지어지고 가구도 놓여졌고 어느정도 안정된 시기에 접어든 우리 때는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과 같은 꿈들은 접을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십.이십대에 미래에 대해 꿈을 가지지 않는다면 젊은이답지 못한 것과 같이, 사오십대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은 때에 아직도 집을 새로 지을 궁리만 하고 있다면 그 또한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2009년 마지막주에 2010년에 실천하고픈 작은 소망들을 생각해 본다.

첫째,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 많이 해주기(이제 함께 있을 날도 그리 길지만은 않다)

둘째, 아이들에게 유머있게 말하기(사실은 재촉하지 않기로 하려다가 이렇게 써 놓으면 기억하기 좋을 것 같다)

셋째, 식사후 바로 치우기(집안일 미루지 않기)

넷째, 성경 한번 읽기

다섯째, 비타민C 빠뜨리지 않고 먹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제법 많다. 일단 시간대별로 잘 배분하고, 까먹지 않고 기억할 일들만 잘 챙긴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